[신춘문예 2022/희곡 당선작]뉴 트롤리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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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소감
내일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주는 섬뜩함

구지수 씨
구지수 씨
서울에서 대전까지 걸어가는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시골길을 기대했지만, 막상 걷게 된 길 위는 상상과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많이 마주해야 했던 건 동물의 사체들이었습니다. 인간이 타고 다니는 차에 치였거나, 인간이 놓은 약을 먹었거나, 인간이 먹기 위해 가두고 죽였거나…. 모두 인간 때문에 죽은 동물들이었습니다. 이들을 내가 죽인 게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썩어가는 동물의 사체보다 이제까지 제가 살아온 삶이 더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뉴 트롤리 딜레마’는 내일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오늘 당장 죽어가는 것들을 세상의 가장자리로 내몰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쓰게 된 글입니다.

아낌없는 축하를 건네주신 이주영 선생님, 고연옥 선생님 감사합니다. 제 시작을 지켜봐 주신 박세미 선생님, 그리고 늘 제 편이 되어주시는 박규남 선생님 역시 감사드립니다.

늘 든든하게 제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더 나은 세상으로 함께 걸어가며 모두와 오래도록 행복 하고 싶습니다.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자식을 단 한 번도 막아선 적이 없는 부모님께 이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그 믿음과 응원을 연료 삼아 쓴 글입니다.

마지막으로 내 모든 행복과 행운의 원천, 희연에게 선명한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만약 딜레마에 정답이 있다면 그건 ‘영원한 고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딜레마에 빠지게 되더라도, 성실하게 고민하며 오래오래 쓰겠습니다.

△1996년 광주 출생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 심사평
시대 따라 몸부림치듯… 희곡도 변해야

한태숙 씨(왼쪽)와 장우재 씨.
한태숙 씨(왼쪽)와 장우재 씨.
어쩌면 과거처럼 서슬 퍼렇게 시대를 관통하거나 일갈한다거나 하는 작품은 이제 없고, 오히려 시대가 몸을 뒤척이는 것처럼 희곡도 몸부림치며 변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고 극작가의 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맑게 일어난 새로운 정신까지는 아니겠지만 쓸고 닦고 문지르며 닦아낸 세상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중요하다. 극작술이 현란하다고 해서 할 말을 잘하고 있다 착각하진 말자. 또 진정성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전달될 거라는 생각도 자제하자. 대신 뚜렷이 보고 진화된 언어가 작동하도록 섬세하게 운용하자.

올해 역시 도시빈민, 난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때론 토로로, 때론 사회구조 진단과 함께 드러났다. 또 글쓰기의 어려움이 사회의 난맥상과 함께 몸을 섞으며 여전히 나왔다. 희곡에서도 미래 소재 서사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그러나 동시대 문제를 짚는 서사는 연일 매체를 통해 우리가 보고 듣는 그 이상을 넘어서진 못했다.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낙원에서’, ‘양지의 식사’, ‘리노의 호수’, ‘404 not found’, ‘고래의 기억’, ‘아빠가 돌아왔다’, ‘청춘의 밤’, ‘가방 안에 사는 남자’가 호명됐다. “***씨의 선택이 그 알고리즘을 만든 거라면요?”라는 상징대사 하나로 미래 서사를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로 구축한 ‘뉴 트롤리 딜레마’에 힘을 싣기로 했다.

한태숙 연출가·장우재 극작가 겸 연출가

#동아일보#신춘문예#희곡 당선작#뉴 트롤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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