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단층 연구 서둘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제주 해역서 발생한 규모 4.9 지진
역대 최대 강도로 여진 이어져
2016년 경주 지진 후 첫 단층조사
제주는 위험지역서 빠져 연구 전무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9 지진은 바다 건너 전남과 충남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꽤 충격이 컸다. 국내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11번째 규모이자 제주 인근 해역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 지진으로 기록됐다. 16일 오전 7시까지 총 16회 여진이 있었고, 15일 오후 3시 6분경에는 규모 2.8의 지진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정확한 원인을 이해하기에는 제주 지역의 단층 연구가 너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진행 중인 전국 활성단층 지도 제작에서도 제주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어 재검토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상청은 14일 지진 발생 직후 지진파를 분석해 수평 이동을 하는 ‘주향이동단층’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단층의 이름이나 특성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제주 지역 단층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광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제주 지역 단층은 단발적인 연구만 조금씩 이뤄지고 국가 단위의 큰 연구가 진행된 적은 없어 국내에서도 정보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을 겪은 뒤에야 국내 단층 조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경주 지진은 국내 지진 관측 이래 가장 강한 지진이었다. 2017년 행정안전부(당시 국민안전처)를 주관 기관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한반도 활성단층지도 제작’에 착수했다.

활성단층은 최근 지질시대에 활동했고, 미래에 다시 활동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의미한다. ‘최근’에 대한 시간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한국은 신생대 제4기(약 2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활동한 지진을 활성단층으로 정의하고 마지막 활동 시기별로 네 그룹으로 묶어 표시하기로 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학과 교수는 “최근 움직인 단층을 알아내 지진 위험도를 파악하고 발생 가능성이 큰 곳에는 원자력발전소나 화학 공장 같은 위험시설을 제한하기 위해 활성단층지도 제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도 원자력발전소 부지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 1970년대 초반부터 활성단층(제4기) 지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한반도 활성단층지도 제작은 총 3개 팀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행안부에서 육상 표면 단층, 해양수산부에서 해저 표면 단층, 기상청에서 육상과 해상의 지하 단층을 조사 중이다.

세 팀은 모두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1단계 제작을 마무리하고 있다. 해저 활성단층 지도를 제작하고 있는 이광수 책임연구원은 “최근 큰 지진이 발생했고, 지진 빈도도 높은 영남권을 먼저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 팀의 다음 목적지는 수도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임연구원은 “내년 1월 초에 2단계 지역을 확정하는데 지진의 파급 효과가 큰 수도권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행안부와 육상 표면 활성단층을 연구하는 손 교수는 “2단계는 충청과 수도권, 3단계 전라권, 4단계 강원권으로 정해 놓은 상황”이라며 “육상(표면)팀은 현재 제주도를 포함한 도서 지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상진 기상청 지진화산정책과장 역시 “지하단층 조사 2단계는 수도권, 그 다음은 수도권과 연결된 강원권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는 지금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상황이다. 활성단층 지도 제작에 앞서 제주가 지진 위험이 가장 작은 지역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제주 주변은 단층 정보가 너무 없어서 지진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며 “이번 지진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제주도 조사가 시급하게 필요한 것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
#제주#지진#안전지대#단층 연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