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제시 그치지 않고 여민해락 길 설득해야 빼어난 지도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8일 14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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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과서로 서구에 성경이 있다면, 동양에선 사서(四書)가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자가 가득한 사서를 쉽게 전달하고자 시작했던 게 10년이 됐습니다.”

2011년 출간돼 2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1세기북스)을 시작으로 10년 간 사서에 해당하는 논어와 중용, 대학 등 고전 명저들을 쉽게 풀어 소개해 온 신정근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56·유학대학 학장)가 최근 ‘맹자의 꿈’(21세기북스)을 출간했다. 이번 책으로 ‘내 인생의 사서’ 시리즈를 완간한 신 교수를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유학대학장실에서 만났다.

‘맹자’는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제왕학 교과서로 평가받고 있다. 기원전 403년부터 200여 년간 각지의 제후들이 패권을 차지하고자 전쟁한 전국시대를 살았던 맹자(기원전 372~기원전 289)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줄 지도자를 찾아다녔다. 지도자들과 나눈 대화와 맹자의 생각을 정리한 책이 바로 ‘맹자’다. 신 교수는 책에서 7편의 ‘맹자’ 각 편에서 11개씩 총 77개의 표제어를 뽑아 맹자 사상을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맹자 사상의 핵심은 인의(仁義)다. 전쟁과 같은 억압적 방식이 아니라 인심을 베풀고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국강병을 추구했던 양(梁)나라 혜왕을 만난 맹자는 ‘마구간에는 살찐 말이 있지만 백성들은 먹지 못해 굶주린다. 이는 짐승을 몰아다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셈이다’라고 일침한다.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백성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 지도자냐고 따졌던 것. 맹자는 백성의 고혈을 짜는 정치가 아니라 백성이 낸 세금으로 일군 성과를 백성과 함께 즐기는(與民偕樂·여민해락)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지도자가 펼쳐야 할 정책에 대해 조언과 상담을 아끼지 않았던 맹자였지만, 그 성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맹자는 이에 ‘잘 자라는 생물도 하루 햇볕 쪼이고 열흘 추우면 잘 자라지 못한다’(一暴十寒·일포십한)고 결론짓는다. 지도자를 식물에 비유해 자신이 하루 조언을 하더라도 그 이후에 신하들이 가당치 않는 말이라고 한다면 그 조언은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 이에 맹자는 주변 상황이나 남의 의견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관을 세우고 그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先立其大·선립기대)고 말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왕학을 다룬 신간이 출간됐다. 신 교수가 생각하는 올바른 지도자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비전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여민해락으로 나아가는 길인지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빼어난 지도자”라고 말했다. 지도자는 자신의 주관에 따라 왜 그 비전이 실현가능한지 소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전을 쉽게 전달하는 그의 여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 교수는 “이번 시리즈를 마치며 동양철학자로서 책임을 다한 것 같아 홀가분하다”면서도 “사서가 끝났으니 오경(五經)은 어떻게 해야 할지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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