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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플랫폼 일자리의 질주와 안전망의 양 날개[동아시론/정흥준]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1-11-24 03:00업데이트 2021-11-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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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종사자 지난해보다 세배 늘었지만
저임금-위험 노출된 플랫폼 일자리
최소한 사회안전망-교육훈련 갖추고
일자리 양극화-소득격차 심화 대비해야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아주 멀지 않았던 예전에 버스안내양과 전화교환원이란 직업이 있었다. 젊은 여성이 대부분이라 이름 붙여진 버스안내양은 만원 버스에선 카리스마가 넘쳤다. 지금은 사라진 114에 전화를 걸면 전화교환원이 나와 찾는 곳을 연결해주는 신기를 보였다. 지금은 모두 없어진 일자리다. 사라진 일자리 대신 앱을 통해 음식배달, 대리운전,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데이터입력 종사자 등 다양한 플랫폼 ‘종사자’가 생겼다. 이들을 노동자가 아닌 종사자로 부르는 이유는 근로기준법상 임금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계약에 의해 노무를 제공하고 건당 수수료를 받지만 종속돼 일하는 까닭에 종속적 계약자라고 불린다.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관계법 보호를 못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영업자처럼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것도 아니다.

플랫폼 종사자는 2020년 22만 명에서 올해 66만 명으로 세 배나 늘었다. 플랫폼 일자리가 늘어난 이유는 플랫폼 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가총액 5대 기업 중 2곳이 정보기술(IT)·플랫폼 기업이다. 석유화학, 자동차, 기계 등 전통적인 산업에선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데 비해 플랫폼 산업에선 반대로 일자리가 늘고 있다. 전통적인 직업군에서도 정규직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플랫폼 종사자가 채우기도 한다. 방송작가, IT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간병인 등이 프리랜서란 이름으로 플랫폼 종사자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일용직 노동자와 영업택시 기사들도 플랫폼 일자리로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를 버티지 못한 영세한 자영업자가 플랫폼 종사자가 되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도 플랫폼 일자리로 밀려오고 있는데 손쉽게 일감을 구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늘어난 플랫폼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의 월평균 소득은 192만 원이었다. 월 최저임금 180만 원보다 약간 많지만 일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 사실 시간당 단가는 더 낮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플랫폼 일자리인 음식배달은 월 250만 원가량을 벌지만 하루에 평균 11시간 30분 정도 일한다. 또한 플랫폼 종사자의 대부분은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일을 그만두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곧바로 소득 단절이 발생하여 곤궁한 삶이 되는 이유이다. 플랫폼 종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기업으로부터 안전과 숙련 향상 교육도 기대하기 어렵다. 직원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플랫폼 종사자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왕이면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의 삶도 나아져야 한다. 플랫폼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상황이라면 다양한 해법을 통해 플랫폼 일자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플랫폼 일자리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2개 플랫폼 업종에 대해 고용보험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전국민고용보험을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 나아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교육훈련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플랫폼 종사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체계적인 교육훈련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종사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며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플랫폼 종사자, 특수고용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과 같은 포괄적인 보호 법률이 필요한 이유이다.

세상이 변하듯 노동시장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고숙련·고임금 일자리엔 사람이 부족하고,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엔 사람이 넘쳐 난다. 기술 진보에 따라 기업은 전일제의 정규직보다 그때그때 일할 사람을 선호하고 있어 역대 최대 규모인 비정규직이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 양극화와 소득 격차가 심화될 수도 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시장 실패의 역설을 막기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조합이 힘겨루기를 중단하고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야 후보들이 일자리 대안을 내놓고 있다. 구태의연한 정쟁 말고,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길 간절히 바란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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