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사망 4명중 1명꼴 화물차 사고

특별취재팀 입력 2021-10-22 03:00수정 2021-10-22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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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서 생명으로]〈15〉법규위반 화물차 도로위 무법자
12일 경기 평택시 서평택 톨게이트에서 고속도로순찰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공사 등이 화물차 법규 위반 합동 단속을 하고 있다. 이날 적발된 화물차의 75%(9대)가 화물칸을 불법 개조해 허용량을 초과하는 화물을 실은 사례였다. 평택=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개조 안 한 화물차 찾기가 더 어려워요. 최대한 많은 화물을 빠르게 옮기려다 보니 불법 개조, 과적이 만연한 상태입니다.”

12일 오전 경기 평택시 서평택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화물차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아슬아슬해보였다. 차량, 컨테이너 등 적재된 화물 대부분이 화물칸 밖으로 튀어나와 있거나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찰과 동행한 2명의 전문 단속원은 불법 개조가 의심되는 화물차들을 일일이 멈춰 세우고 차체 곳곳의 길이를 줄자로 쟀다. 대부분의 화물차가 원래 규격에 맞지 않게 불법 개조된 상태였다. 개조로 번호판이 가려지거나 조명, 반사지 등 안전장치가 훼손된 경우도 많았다.

○ 사망자 4명 중 1명은 화물차 사고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단속 현장에 동행한 결과 1시간 30분 동안 12대의 화물차가 법규 위반으로 적발됐다. 이 중 9건(75%)이 상하차용 연결부 등 특정 장치를 임의 개조해 허용량보다 더 많은 화물을 실은 ‘불법 개조 및 과적’으로 적발된 사례였다. 특히 1, 2층 화물칸에 차량을 가득 싣고 달리는 차량 탁송 화물차(카 캐리어)들은 모두 상하차용 연결부를 임의로 늘려 짐칸의 꼬리 부근에 차량을 위태롭게 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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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전남 여수시 서교동의 한 교차로에서는 차량 5대를 싣고 달리던 차량 탁송 화물차가 신호 대기 중인 차량과 보행자를 들이받아 3명이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2층에 적재되어 있던 차량이 충돌 직후 힘없이 아래로 떨어지며 추가 사상자를 냈다. 당시 화물차는 차량을 더 싣기 위해 불법 개조로 화물칸을 늘린 상태였다.

이처럼 화물차 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사고와 함께 화물이 쏟아지는 등 추가 사상자를 내는 대형사고로 번질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1만8688명 중 23.4%(4366명)가 화물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였다. 교통사고 사망자 4명 중 1명이 화물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화물차 사고 건수(13만8557건)가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7%에 불과하지만 그에 비해 사망자 비중은 훨씬 높았다. 화물차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는 3.15명으로 전체 사고(1.71명)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화물차 사고로 인한 사상자(부상자+사망자) 100명당 사망자 수도 2.06명으로 전체 사고(1.14명)와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 불법 개조 심각… “단속 역량 보완해야”
불법 개조된 화물차는 사고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다. 개조로 인해 차체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나 안전장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안전 범위를 초과해 화물을 적재한 과적 화물차들은 고장 확률이 높아지고 화물로 인한 사고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화물주의 요구에 따라 빠른 시간에 많은 양의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 시장 구조 탓에 불법 개조, 과적 등이 성행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화물차 운전사들이 자신이 소유한 화물차로 기업과 계약해 배송할 물량을 받는 ‘지입제’로 일하기 때문에 계약 사항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운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속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 연구원은 “노상검사를 자주 실시하고 화물차량 검사 주기를 단축해 불법 개조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규가 복잡한 화물차의 특성상 정밀 단속이 가능한 전문 단속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다. 올 5월 기준 14명뿐이던 한국교통안전공단 전문 단속원은 하반기(7∼12월)부터 28명으로 늘었지만 전국의 단속 수요를 감당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단속 권한이 경찰에게만 있고 노상 검사 시 지자체 등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해 효율적인 단속이 이뤄지기 힘든 실정이다.

조은경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단속 인력을 확충하고 단속 권한을 적정 기관에 부여해 단속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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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장 박창규 사회부 기자 kyu@donga.com
▽ 변종국(산업1부) 신지환(경제부) 정순구(산업2부) 이소정(사회부) 신아형(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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