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하곤…” 비난 대신 걱정을 좀 해주는 게

김유림 기자 입력 2021-09-21 10:22수정 2021-09-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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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만보]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친애하는 내 마음에게
강영준 지음 / 두리반/ 344쪽/ 1만6000원

상대방 마음을 꿰뚫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마음도 잘 모르는데 어찌 남의 속까지. 시대를 막론하고 현자들의 충고는 결국 ‘마음 다스리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자칫 이를 무시했다가는 마음의 병을 얻기도 한다. 상대방이든, 나 자신이든 어떤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 파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저자는 ‘위대한 개츠비’ ‘주홍글씨’ ‘페스트’ ‘멋진 신세계’ ‘노인과 바다’ ‘부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 문학 속 주인공의 성격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어릴 적 작품 속 인물이 이해되지 않아 혼자 열 내며 책을 ‘쿵’ 하고 덮어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심 바보처럼 느껴지던 문학 속 주인공들을 심리학이라는 렌즈로 세심히 들여다보면 그간 외면해온 ‘내 마음’까지 덤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된다.

특히 3부에 등장하는 가족 공동체에 대한 설명이 마음에 와 닿는다. 저자는 박완서 작가의 ‘엄마의 말뚝’을 통해 머레이 보웬의 ‘자아 분화’를 설명하고, ‘폭풍의 언덕’ 주인공 히스클리프의 난폭한 성격은 ‘불안정한 애착’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또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통해서는 ‘상처받은 내면아이’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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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에 나오는 성격장애와 관련된 심리 이론도 흥미롭다. 요즘 아이들이 “인성~”을 유행어처럼 입에 달고 살 듯, 나쁜 인성은 성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성격장애에도 부류가 있다. 저자는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괴테의 ‘파우스트’, 채만식의 ‘태평천하’ 주인공을 각각 조현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 강박성 성격장애로 나눈다.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한 세상이 됐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정신력 부족’을 탓하며 성공 지향을 재촉한다. 몸에 피가 부족하면 수혈을 하고, 수분이 부족하면 물을 마시는데, 왜 정신력이 부족해지면 보충할 생각 없이 더 쥐어 짜내려 하는 걸까. 정작 이들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보살핌과 걱정이 아닐까. 오늘도 마음을 지키고 가꾸는 데 인색하지 않은 우리가 되길.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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