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주역, 셀프 총리 취임… ‘1년 비상통치’ 약속 깨고 집권 연장

이은택 기자 입력 2021-08-03 03:00수정 2021-08-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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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6개월 만에 과도정부 선포… 국가 비상사태 1년 6개월 더 연장
총선, 내년 2월→2023년 8월로 미뤄… 군부 장기집권 시나리오 가동 분석
시위대 940명 사망… 5444명 구금, 코로나 확진 하루 4000명 ‘의료 위기’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구금하고 정권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65·사진)이 1일 과도정부 수립을 선포하며 스스로 미얀마 총리에 올랐다.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지 꼭 6개월 만이다. 쿠데타 당시 “1년만 비상통치를 한 뒤 선거를 치러 민주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했던 군부는 약속을 깨고 비상통치를 연장했다. 군부의 비상통치 기간을 쿠데타 직후 발표한 1년에서 최소 2년 6개월로 연장할 것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군부가 장기집권 시나리오를 가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는 스스로를 ‘과도 정부’로 칭하고 흘라잉 사령관이 총리에 취임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국영TV 연설에서 “2023년 8월 전까지 국가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총선을 치르겠다”고 했다.

군부는 지난해 총선에서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에 패배하자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는 1년의 비상사태를 거친 뒤 내년 2월 총선을 치르겠다고 했지만 이날 비상사태 기간을 1년 6개월 더 연장했다. 군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처음 군부가 공언했던 ‘내년 2월 선거’를 군부 스스로 무산시키자 2023년 8월에도 총선이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미얀마 선거감시 시민단체 ‘혼빌 오거니제이션’의 찬 리안 이사는 “약속대로 총선이 치러지지 않을 것 같다”고 미국의소리(VOA)에 말했다. 미얀마 인권운동가 아웅 초 모 씨는 “군부의 선거 약속은 거짓말이다. 미얀마 국민은 이제 믿지 않는다”고 했다. 흘라잉 사령관의 딸과 아들, 부인은 미얀마에서 리조트, 건설, 요식업, 영화 제작 등 각종 사업을 확장하며 이권을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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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1962년 네 윈 장군이 첫 쿠데타를 일으킨 뒤 28년간 군부독재가 이어지다 1990년에서야 총선이 열렸다. 당시 가택연금 중이었던 수지 고문이 이끌던 NLD가 승리했지만 군부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0년 총선 때는 군부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선거법을 바꿨다. 미얀마 야당 샨민주주의민족동맹(SNLD)의 사이 뉸 르윈 부대표는 “흘라잉의 말은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는 혼란과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쿠데타가 일어난 2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미얀마 시민 940명이 숨졌고 5444명이 구금됐다. 정부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고 의료진의 파업으로 의료 체계도 붕괴됐다.

영국 BBC에 따르면 미얀마에서는 3월 31일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30만 명이 감염됐고 9300여 명이 숨졌다. 최근에는 하루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BBC는 “실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얀마#쿠테타#셀프 총리 취임#1년 비상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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