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도마뱀도 정성껏 보살피면 어루만지며 교감할 수 있죠”

고양=전채은 기자 입력 2021-07-24 03:00수정 2021-07-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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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 키우는 래퍼 아웃사이더
보답 기대않는 사랑으로 사육 시작… 스킨십할 때까지 오랜 시간 필요
조금만 소홀해도 숨지는 경우 많아… 작은 변화도 살피는 집요함 있어야
아웃사이더(본명 신옥철)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베푼 만큼 무언가를 얻어 내려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과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때가 되면 쿨하게 보내줄 것”이라며 웃었다. 고양=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대중들에게 속사포처럼 쏘아붙이는 랩으로 이름이 알려진 래퍼 아웃사이더(본명 신옥철·38)가 도마뱀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위협을 느끼면 꼬리를 끊어버리기 일쑤인 도마뱀들이지만 그가 키우는 것들은 주인의 손길이 익숙한 듯 손바닥과 어깨를 마음껏 돌아다녔다. 그는 도마뱀, 거북이를 키우는 파충류 마니아다. ‘집콕’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가 늘고 있는 코로나 시대, 그가 초대하는 이색 반려동물의 세계를 알아봤다.

“솔직히 처음에는 관상용이라고만 생각했어요. 마음이 지친 날에도 큰 수고 없이 돌볼 수 있는 친구로 여겼죠. 하지만 동물들이 성장하면서 서로 교감하는 즐거움이 커졌습니다.”

10년 전 알다브라코끼리 거북이를 시작으로 파충류를 키우기 시작한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 고양시 키즈카페에서 도마뱀, 이구아나 등 약 20마리를 기르고 있다. 한때 300마리 넘게 키웠지만, 한 마리 한 마리 충분히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잘 키울 수 있을 만큼만 남기고 지인들에게 분양했다. 그는 “강아지, 고양이와 달리 파충류는 지능이 거의 없어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분리불안도 없다. 파충류로선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주인에게 분양되는 게 이롭다”고 말했다.

그가 파충류를 키우게 된 건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이었다. 가장 가깝게 지낸 이들과 갈등하며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 사랑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됐단다. 심리적 소통이나 교감이 중요한 개나 고양이와는 다른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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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파충류는 훨씬 예민했고, 그래서 키우는 재미가 컸다. 처음에는 그가 지나가는 모습만 봐도 숨던 도마뱀들은 점점 그를 ‘몸집은 크지만 해치지 않는 동물’로 인식한 듯 조금씩 다가왔다. 시간이 지나자 핀셋이나 손으로 먹이를 건네면 다가와 먹었다. 그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에 걸쳐 소통한 끝에 파충류들과 스킨십할 수 있게 됐다. 그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 기르기 시작한 반려동물들이지만 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초짜’ 파충류 집사였던 그가 길러 온 개체들은 마니아들 사이에 소문이 날 정도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널찍한 키즈카페 마당에서 산책을 시키며 기른 알다브라코끼리 거북이는 좁은 공간에서 사육된 것들에 비해 다리가 튼튼하다고 한다. 계단도 잘 오르고 아웃사이더의 랩 속도만큼이나 이동 속도도 빠르다고.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 때문에 그는 파충류 사육에 필요한 도구들을 직접 개발했다. 그는 오래 기른 파충류들이 푹신한 흙 위에서 생활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약해지는 게 늘 안타까웠다. 흙에 떨어진 분뇨와 함께 먹이를 섭취해 병에 걸리는 일도 잦았다. 이에 그가 2년간 개발해 2019년 내놓은 사육장 바닥재는 파충류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매진을 거듭했다. 그는 “지금은 파충류 사료를 개발하고 있다. 최적의 영양배합을 만들기 위해 1년 6개월째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파충류 기르기가 안겨 준 의외의 선물은 또 있다. 그의 딸 신이로운 양(5)의 정서에 끼친 영향이다. 어릴 때부터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야채를 씻어 사육장에 넣어준 딸은 자신의 것을 주변과 나눌 줄 아는 아이로 자랐다. 그는 “자기 것만 챙기기보다 남을 돌볼 줄 아는 아이로 큰 건 반려동물 덕분”이라며 웃었다.

수많은 반려동물 중 파충류를 기르는 게 어울릴 만한 유형의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집요한 사람’을 꼽았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잠깐 아프다가도 잘 돌보면 낫는 경우가 많지만 파충류는 순식간에 죽을 수 있어요. 파충류의 미묘한 변화를 잘 관찰하는 동시에 파충류 관련 지식을 꾸준히 학습할 수 있는 분들이 훌륭한 파충류 집사가 될 수 있습니다.”

고양=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도마뱀#교감#파충류#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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