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과 구상… 두 줄기로 그려낸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7-20 03:00수정 2021-07-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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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등 24명 작품 한자리에… 서울 인사아트프라자 14일부터
천경자(1924∼2015)의 작품 ‘금붕어’.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제공
김환기, 천경자, 이우환….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들이다. 한국 현대미술을 견인해 온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14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두 얼굴展: 추상과 구상―김환기에서 고영훈까지’다. 전시에는 이미 작고한 11명을 포함해 총 2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갤러리 측은 컬렉터와 작가 본인으로부터 회화 38점을 모아 전시했다.

허성미 관장은 “한국 미술시장이 주목받는 현재, 한국 미술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추상미술과 구상미술 두 줄기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고 했다. 대개 회화에서 추상미술은 대상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않거나 대상이 없는 것을, 구상미술은 사물이나 상황을 묘사하는 것을 말한다. 전시는 추상화가로 김환기 김창열 이우환 박서보 김태호 등 13명을, 구상화가로 천경자 이왈종 김종학 오지호 고영훈 등 11명을 소개한다.

이우환(85)의 작품 ‘점으로부터’(1979년).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제공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전면에 김환기의 작품 ‘Untitled’(연도 미상)가 보인다. 가로 16cm, 세로 20cm인 작은 작품이지만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이우환과 김태호의 작품이 독보적인 기운을 풍긴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1979년)는 우측으로 갈수록 안료의 농도가 옅어지는 점들을 그리면서 생성과 상실의 과정을 보여준다. 초록색 평면인 듯 여러 색 입체인 듯한 작품은 김태호의 ‘Internal Rhythm’(2020년)이다. 김태호는 여러 층의 물감을 격자 모양으로 쌓아 올리고 층을 형성시킨 뒤 특수 조각칼로 물감을 깎아 작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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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오른편이 점, 선, 면, 색의 고유함을 알려줬다면 왼편은 묘사의 섬세함과 화려함에 놀라게 된다.

천경자의 ‘금붕어’(연도 미상)는 작가를 대표하는 소재인 여인은 없지만 화려하면서도 정겨운 동양화의 색이 존재를 돋보이게 한다. 그 옆에 있는 고영훈의 ‘사발’(2013년)은 극사실적이다. 조금 깨진 사발의 모서리 부분까지 묘사해내 작품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김종학의 ‘백화만발’(1998년)은 자유분방하면서도 환상적인 자연을 그려낸 것인지라 캔버스를 뚫고 나오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추상과 구상을 나누긴 했지만, 결국 마음에 남는 건 작가 24명이 자신만의 작법과 스토리로 역사를 써왔다는 사실이다. 김흥수가 1977년 “구상과 추상이 서로 공존할 때 비로소 작품이 온전해진다”고 선언한 것처럼 말이다. 전시는 27일까지. 무료.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추상#구상#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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