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패러다임 바꾼 뉴 커머스, 일자리 보호도 고민해야[동아시론/서용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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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더 빨리 다가온 미래형 소비
뉴 커머스 성장 이면엔 플랫폼 노동자 희생
늘어난 부가가치로 물류·배달 환경 개선해야
구시대적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오히려 불공정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코로나19가 새로운 소비혁명, ‘뉴 커머스(New Commerce)’를 불러왔다. 이제 신선식품을 포함한 대부분 쇼핑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가능하다. 배달료 3000~4000원을 지불하고 2만~3만 원짜리 음식을 시켜 먹는 게 흔해졌다. 이 같은 변화로 주요 도심 핵심상권 소매점과 음식점이 활기를 잃을 처지가 됐다. ‘리테일 어포칼립스(retail apocalypse·오프라인 소매업 종말)’라는 말까지 나온다.

스마트폰으로 초연결사회가 됐다. 이에 더해 코로나19가 미래형 소비를 5년가량 앞당겼다는 평가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쿠팡, 11번가 등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업체가 급성장하며 500조 원대 규모로 추정되는 전체 소매시장의 30%를 차지하게 됐다. 특히 기업형 소매업의 경우 지난해 5월 이후 절반 이상을 이커머스가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초이자, 최고 수준이다. 이런 속도라면 오프라인 쇼핑과 모바일 등 온라인 쇼핑이 50 대 50인 사회로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초고속 인터넷, ‘빨리빨리’ 배달 문화, 아파트형 밀집 도시화와 탁월한 디지털 학습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뉴 커머스 시대가 본격화되며 이커머스 외에 소비와 관련한 다양한 유통 플랫폼과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라이브 커머스’다. 라이브(live)라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상거래’인데,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을 의미한다. 2015년 중국에서 시작해 6년 만에 150조 원 이상의 거대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마존이 2019년 ‘아마존 라이브’를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2020년을 원년으로 대부분의 업체가 뛰어들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실시간 역동적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재미’와 ‘중독성’이 있다.

모든 제품이 모바일 주문과 배달을 통해 가능해지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의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도 상거래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올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한 쿠팡은 80조 원대 시장 가치를 가진 거대기업으로 재탄생한 바 있다. 아마존과 쿠팡이 제공하는 풀필먼트(물류일괄대행) 서비스도 진화한 뉴 커머스 중 하나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누구나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가 될 수 있고,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독특한 특성 덕분이다.

배달음식 시장, 퀵(Quick) 커머스도 올해 시장 규모만 2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거대 산업으로 발전 중이다. 2018년 5조 원이던 시장이 2019년 9조 원, 2020년 17조 원으로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수많은 배달원이 생겨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같은 퀵 커머스 기반 서비스 산업 성장으로 현재 배달원 수는 1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다양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뉴 커머스를 구성하고 있다. 뉴 커머스가 소매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등극하면서 오랜 기간 인류와 역사를 함께했던 전통 소매업도 도전에 직면했다. 매장 입지와 규모, 그리고 판매원의 친절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그 대신 고객과 관련한 데이터 분석 능력과 배달 경쟁력이 핵심인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뉴 커머스의 급속한 성장은 문제점도 수반하고 있다. 극한의 편의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었던 데는 이 같은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든 플랫폼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심야시간 열악한 환경의 물류센터에서 또는 오토바이 등 분 단위로 경쟁하는 배달 환경에서 극한의 체력과 직업적 불안정성을 강요당하는 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임시직이나 프리랜서가 주를 이루는 긱(gig·임시계약) 경제는 이점도 많지만 노동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원을 포함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빠른 속도와 위험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산업에서 늘어난 부가가치를 이들의 처우개선에 사용하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

뉴 커머스 성장으로 기존 유통과 소비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 만큼, 대형 소매 매장의 일자리를 보호할 필요도 커졌다.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등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출점과 영업시간 제한 같은 구시대적 규제는 이제 공정하지도 유효하지도 않다. 무인매장의 등장과 더불어 24시간 운영되는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옐로우카드는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소비 패러다임#뉴 커머스#일자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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