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만 강조한 신자유주의… 팬데믹 대응 어려워져”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7-15 03:00수정 2021-07-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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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시대…’ 출간 스티글리츠 교수
정부와 시민사회 역할 가볍게 여겨 코로나 막을 안전망 약하게 만들어
선진국, 백신 지식재산권 유예하고, 개도국 경제회복 도와야 위기 극복
집값 급등한 부동산 시장 해법은 지방인프라 구축 통한 인구 분산
《“지난 40년간 신자유주의가 국제사회를 어지럽혔습니다. 시장만 강조하고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을 경시했죠. 정부의 역할을 약화시켰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닥쳤을 때 우리는 준비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불평등 연구의 대가이자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78·사진)의 지적이다.》

최근 신간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열린책들)를 펴낸 스티글리츠 교수는 책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킨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이번 팬데믹 사태는 시장과 정부 사이의 균형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의 배경에도 신자유주의가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가 경제 선진국의 정부로 하여금 시장의 자율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하게 만들어 감염병이 퍼졌을 때를 대비한 사회 안전망을 약화시켰다는 것.

가령 정부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강조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는 팬데믹의 가능성을 우려해 국가안보회의(NSC) 내에 이에 대비하는 조직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이 조직을 없애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지원되고 있던 감염병 관련 재정도 중단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 정부 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유달리 유행했던 신자유주의, 반지성주의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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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각 나라가 보건 부문에서 먼저 회복돼야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은 경제가 살아나길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 백신이 공급될 수 있도록 국제기구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하루빨리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경제 회복 단계에서도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자본을 경기 회복에 활용할 수 있고 이런 방식은 충분한 경기 활성화 효과를 낸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은 그만한 자본이 없으므로 국제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국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마련한 특별 지원금 6500억 달러(약 746조6550억 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시장에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법으로 지방 인프라 구축을 통한 인구 분산을 들었다. 수도권 인구 집중이 부동산 값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 전역에 대학, 병원 등 사회기반시설을 확대해 개인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며 “프랑스는 중소도시(second-tier city)로 이주를 유도했다. 이는 한국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에서 특히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주식 열풍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개인이 충분한 지식과 이해 없이 주식 투자에 뛰어들면 주식시장은 도박장이 돼 버린다”며 “한 회사의 주식을 5년간 보유했다면 그 회사에 대해 잘 알아보고 투자한 것이겠지만 주식을 산 뒤 일주일 혹은 하루, 1시간 뒤 팔아버린다면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얻는 가치는 없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신자유주의#팬데믹#스티글리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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