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전 첫 올림픽 재조명… 연일 분위기 띄우는 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투해머 전설’ 스가와라 단골 등장… 12일 성화 점화 장면 중계되기도
1964년 태극전사들도 메달 획득… 복싱 은메달 정신조 지난달 타계
메달 기증후 홀로 지내다 하늘로… 레슬링 銀-세계선수권 金 장창선
5년째 병석에 누워 의사소통 안돼

도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1964년 도쿄 올림픽을 빛낸 한국과 일본 스포츠 영웅들도 재조명되고 있지만 양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육상 해머던지기에서 세계적인 기량으로 1964년 도쿄 대회를 비롯해 올림픽 무대를 4번이나 밟은 일본의 스가와라 다케오의 성화 점화 방송 장면(위쪽 사진).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이 딴 메달 3개의 주인공인 레슬링 장창선(은메달), 유도 김의태(동메달), 복싱 정신조(은메달·아래쪽 사진 오른쪽부터) 씨. 일본 방송 화면 캡처·김천길 전 AP통신 기자 가족 제공
도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1964년 도쿄 올림픽을 빛낸 한국과 일본 스포츠 영웅들도 재조명되고 있지만 양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육상 해머던지기에서 세계적인 기량으로 1964년 도쿄 대회를 비롯해 올림픽 무대를 4번이나 밟은 일본의 스가와라 다케오의 성화 점화 방송 장면(위쪽 사진).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이 딴 메달 3개의 주인공인 레슬링 장창선(은메달), 유도 김의태(동메달), 복싱 정신조(은메달·아래쪽 사진 오른쪽부터) 씨. 일본 방송 화면 캡처·김천길 전 AP통신 기자 가족 제공
2020 도쿄 올림픽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57년 전인 1964년에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이 도쿄에서 개최됐다.

12일 일본 입국 뒤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일본 스포츠 전설들의 현재 근황을 다룬 뉴스와 방송을 자주 접할 수 있다. 특히 일본 육상 투척의 전설인 스가와라 다케오(83)가 단골손님이다. 해머던지기 종목에서 1960년 로마 올림픽을 시작으로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14위에 그친 그는 자국에서 창피를 당했다며 반성한 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는 4위에 올랐다. 174cm의 키로 190cm가 넘는 유럽 선수들의 힘과 맞서기 위해 그는 3회전을 넘어 세계 최초 4회전으로 원심력을 극대화했다.

1960년대 당시 그의 최고 기록인 69.78m를 한국 선수들은 2007년(이윤철 70.84m)에야 넘어섰다. 일본 육상 투척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12일 성화 점화에 나선 그는 “재작년 가을 중병으로 입원한 뒤 체력이 떨어졌다. 다행히 올림픽이 연기돼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받아 웃으면서 성화를 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에도 1964년 도쿄 올림픽은 큰 이정표를 세운 무대다. 복싱 밴텀급 정신조 씨와 레슬링 자유형 플라이급 장창선 씨(78)가 20대 나이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사람 모두 결승전에서 일본 선수와 혈투를 벌였으나 아쉽게 패했다. 이들의 쾌거를 계기로 한국 스포츠는 국제화, 세계화를 향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57년 만에 다시 도쿄 올림픽을 맞았지만 두 스포츠 영웅은 스가와라처럼 과거를 추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씨는 지난달 14일 복싱계 선후배들도 모르게 81세를 일기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지병을 앓고 있던 정 씨는 올림픽 메달을 기증하고 연고도 없는 섬진강 기슭에 들어가 살다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대한복싱협회 관계자는 “협회도 다른 사람을 통해 소식을 들었다. 장례도 당일 하루만 치르고 다음 날 발인을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태릉선수촌장을 지냈던 장 씨는 현재 지병으로 가족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장 씨는 1962년 자카르타 아시아경기와 2년 후 도쿄 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1966년 미국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장 씨 아들인 장유진 씨(인천재능중 체육교사)는 “아버지가 몸이 괜찮았으면 자카르타(2018년 아시아경기 개최지)를 거쳐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를 여행하려고 했다. 그래도 병원에서 5년 전에 돌아가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버티시는 것을 보면 57년 전 정신력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장 씨는 결승에서 일본의 요시다 요시카쓰와 맞붙어 접전 끝에 0-1로 졌다. 장유진 씨는 “당시 아버지 결승전 동영상을 찾을 수 없어 참 아쉽다”며 “아버지 자서전을 쓰는데 결승전 상대였던 요시다 선생이 연락을 해와 ‘경기 종료 30초를 남겨 놓고 장창선 선생이 나를 몰아붙여 폴(상대 선수의 두 어깨를 바닥에 눌러 1, 2초간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는 것으로 복싱의 KO)에 가까운 상황까지 몰렸다. 대단했다’고 말해줘 큰 도움이 됐다. 여러모로 만감이 교차하는 도쿄 올림픽이다”라고 말했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올림픽#도쿄 올림픽#분위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