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현대 계급은 주택의 유무로 나뉜다

손효주 기자 입력 2021-07-10 03:00수정 2021-07-1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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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리사 앳킨스, 멀린다 쿠퍼, 마르티즌 코닝스 지음·김현정 옮김/208쪽·1만4500원·사이
A와 B는 직장 동료다. 이름 난 직장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비슷한 월급을 받고 있다. 임금과 직업의 사회적 지위가 같은 A와 B는 언뜻 ‘같은 계급’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럴까. 호주 시드니대 사회학과 교수와 정치경제학과 교수, 호주국립대 사회학부 교수로 구성된 저자들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A가 부모에게서 받은 돈으로 대출 없이 산 서울의 아파트는 최근 5년 새 10억 원이 올랐다. 자산이나 대출 여력이 없던 B는 같은 기간 돈을 모으며 집 살 날만 기다렸다. 하지만 단기간에 천정부지로 오른 서울 아파트 값 때문에 B의 꿈은 물 건너 갔다. 자산 격차가 하늘과 땅 차이가 된 두 사람을 같은 계급이라고 한다면 A는 불쾌해할 수도 있다.

저자들은 현대 사회의 계급을 5가지로 나눈다. 아래에서부터 홈리스, 임차인,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주택 소유주, 대출이 없는 소유주, 주택을 포함해 다각화된 자산으로 소득을 얻는 투자자다. 이들은 임금은 정체된 반면에 자산 가치는 크게 오른 만큼 주택이 핵심인 자산 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계급을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과 임금, 교육이 계급을 결정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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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에서 주택 소유주로 가는 사다리가 끊긴 이동 불가 시대가 됐다고도 진단한다. 그나마 사다리를 이어주는 건 자녀가 자산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에 부모가 해주는 증여와 양도다. 저자들은 이를 ‘엄마 아빠 은행’이라 표현한다.

심화될 대로 심화된 자산 인플레이션에다 ‘엄마 아빠 은행’의 도움도 받지 못해 집을 포기해버린 상당수 밀레니얼 세대를 두고 저자들은 ‘미래의 불발’이라는 용어로 애통해한다.

호주 교수들이 전 세계적인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을 분석해 지난해 5월 영국에서 먼저 출간한 이 책은 마치 한국만을 분석해 쓴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집값 상승으로 분노하는 한국 밀레니얼 세대에게 ‘벼락거지’가 된 원인을 사회학적, 정치경제학적으로 짚어준다. 다만 원인을 명확하게 알았다고 해서 분노가 누그러질지는 의문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현대 계급#주택 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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