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은우]코로나發 귀농귀촌 바람

이은우 논설위원 입력 2021-06-30 03:00수정 2021-06-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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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였던 신하연 씨는 꽃을 좋아해 플로리스트로 변신했다가 아예 꽃 농사꾼이 됐다. 귀농 7년 차인데 꽃을 찾는 벌에 착안해 양봉도 한다. 전주희 씨는 부모님의 양계장 일을 돕다가 구운 계란 등을 판다. 신선 계란을 바로 가공하는데 연매출이 10억 원을 넘는다. 둘은 강원도에서 꽤 성공한 청년 농부다. 아이디어와 의욕이 넘치고 온라인 활용도 익숙하다. 이런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농촌으로 가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가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49만4569명이 농촌으로 갔는데 서울 관악구나 경북 포항시 인구와 비슷한 규모다. 눈에 띄는 것은 젊은층의 귀농이다. 30대 이하 귀농 가구는 1362가구로 역대 최대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 농촌 생활에 관심이 많아진 데다 취업난으로 농업에서 기회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도 귀농귀촌을 증가시킨 요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 41.4%가 귀농귀촌 의사를 갖고 있다.

▷기대와 달리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귀농귀촌 인구의 30% 이상이 5년 이내에 도시로 다시 발길을 돌린다고 한다. 귀농귀촌 2∼3년 차가 최대 고비다. 가진 돈은 줄고, 수입은 기대에 못 미치고, 현지인과의 갈등도 커지는 등 악재가 겹치는 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귀농귀촌 인구의 정착 실패’ 보고서는 귀농 실패의 가장 큰 이유로 가족 갈등을 꼽고 있다. 주로 아내는 원치 않는데 남편이 귀농을 밀어붙인 경우다. 부부 싸움이 잦아지면 ‘역귀농’은 예정된 수순이다.

▷젊은 귀농인들은 첨단 농기계를 전기차 테슬라에 빗대 ‘농슬라’로 부른다. 실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자율주행 트랙터까지 나와 있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도 확산되고 있다. 민승규 전 농식품부 차관은 “과거처럼 노동집약적으로 농사를 지어서는 젊은 세대가 귀농에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의 스마트 농업 진출이 번번이 좌절된 것은 아쉽다. 기업 투자로 첨단 농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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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농촌 생활을 경험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을 올해 88개 시군에서 내년 100개로 늘릴 예정이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귀농귀촌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곳을 적극 활용할 만하다. 1인 귀농가구 비중이 2018년 68.9%에서 지난해 74.1%로 증가했는데, 가족 중 한 명이 먼저 귀농해서 정착 준비를 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먼저 가든 같이 가든 가장 중요한 귀농귀촌 준비는 가족 간 합의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코로나#귀농귀촌#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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