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업지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 지어 ‘문화 분권’ 실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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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 인터뷰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는 관광 문화 경제 인프라를 꾸준히 확충하면서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내륙 도시의 한계를 넘어 세계 도시로 뻗어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는 관광 문화 경제 인프라를 꾸준히 확충하면서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내륙 도시의 한계를 넘어 세계 도시로 뻗어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가 세계적인 관광문화도시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근대와 현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 늘고 있고, 역사 및 문화적 가치가 돋보이는 상징물과 건축물도 꾸준히 보존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권 시장은 “앞으로 기초자치단체와 협력해 흩어져 있는 역사·관광 자원을 연결하고, 숨어 있는 스토리텔링을 발굴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는 근대역사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중구 서문로 ‘무영당(茂英堂)’을 매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무영당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당시 한국에서 지은 대구 최초의 백화점이다. 이름은 나무처럼 번창하라는 기원을 담아 지었다. 5층 규모로 당시에 드물게 미국식 빌딩 개념을 도입한 건물이다. 철거 직전까지 갔던 것을 시가 가까스로 매입해 보존하게 됐다. 대구도시공사가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시민 공간으로 되돌려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 구상 시인(1919∼2004) 활동 공간으로 잘 알려진 중구 향촌동 ‘대지바’도 매입했고, 서성로1가 독립지사 ‘이일우 선생 고택’을 기부채납 받는 등 근대 역사·문화 자산 보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로 문화 분권 실현”


권 시장은 근대사의 보존을 통한 과거 현재 미래의 대화가 가능한 대구가 ‘국립 이건희 미술관’(가칭)을 유치할 자격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국토 균형 발전은 특별법뿐만 아니라 정부의 ‘문화비전2030’에도 명시돼 있다. 문화 분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이건희 미술관은 반드시 지방으로 와야 한다고 본다. 얼마 전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 5개 단체장으로 구성된 ‘영남권 미래발전협회’가 지방을 대상으로 이건희 미술관 입지 선정 공모 절차를 추진해 달라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더 이상 과열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유치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해 지역 반발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 문화시설의 36% 이상, 그중 미술관은 50%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수도권에 대비해 지역민의 문화 소외를 극복하려면 이건희 미술관은 비수도권에 들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문화 분권 정책을 추진하고 있나.


“해외의 문화 선진국은 수십 년 전부터 문화 분권 정책의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5개 국립 미술관 가운데 3개는 파리에, 2개는 지방 도시에 있다. 루브르박물관은 탄광촌이던 랑스에, 퐁피두센터는 국경 군사도시인 메츠에 분관을 설립했다. 두 도시는 전 세계 예술인과 관광객이 찾는 예술문화도시로 거듭났다. 대한민국도 문화 분권, 문화 균형을 시작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이건희 미술관 건립이 돼야 한다. 물론 최적지는 준비된 도시 대구다.”

―대구에 유치할 현실적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의 토대를 마련한 도시다. 명분과 이야기가 충분하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의 척박한 환경에도 이상정 이여성 같은 선각자들이 근대미술을 발전시켰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를 잇달아 배출해 미술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이건희 미술관을 대구에 건립하면 대구미술관 간송미술관과 더불어 명실상부한 ‘미술관의 도시’로 재도약할 것이다. 대구가 삼성의 창업지, 고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라는 것은 큰 자산이다. 대구 도심 곳곳에는 삼성의 태동을 기억하는 장소가 스며들어 있다. 삼성의 공간과 기업정신, 스토리를 이건희 미술관과 연계하면 세계인이 찾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역의 간절함과 유치 타당성을 호소하고 제대로 평가받는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민간 차원의 서명 및 모금 운동 같은 다양한 유치 활동도 전력을 다해 지원하겠다. 공정한 평가에 따라 후보지가 정해진다면 대구가 당당히 선정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대구만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 전략이 있다면….


“대구 시민의 열망을 받들어 3가지 제안을 하겠다. 먼저 문화체육관광부가 보유한 옛 경북도청 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동의해준다면 그곳에 건립할 미술관 및 관련 시설 예산 2500억 원 전액을 시비와 시민 성금으로 내놓겠다. 둘째,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 건립을 제안한다. 기증의 뜻과 철학을 기리기 위해서 전시만큼 중요한 것이 보존과 전승이다. 컬렉션의 가치에 걸맞은 전시관과 수장고를 갖춘 미술관, 삼성의 기증 정신을 지킬 아시아 최고 수준의 보존센터, 야외문화공간이 결합된 복합공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대구에 산재한 삼성의 역사와 공간, 대구의 문화예술 콘텐츠와 인프라를 연계해 ‘대한민국형 빌바오 효과’를 창출하겠다. 이건희 전 회장의 생가와 주변을 공원화하고 삼성의 숨결이 남은 공간과 이건희 미술관을 잇는 투어 루트를 개발하겠다. 이건희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삼성 스토리’를 담은 창작 오페라도 제작해 공연하겠다.”

권 시장은 “글로벌 기업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 옛터, 이건희 회장 생가, 삼성창조캠퍼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둘러보며 좋은 기운을 얻는 신개념 코스도 곧 선보인다. 근대역사와 문화 예술 스포츠 등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심 관광 및 체험 프로그램이 생기면 대구를 찾는 발걸음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는 올해부터 역사 보존 관리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한다. 1970년 이전에 지은 비(非)문화재 건축물을 중심으로 전수 조사하고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 대구건축문화연합과 함께 도시재생아카이브(기록보관소)를 구축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대구 3차원지도포털(3d.daegu.go.kr)에 등록하고 사진, 도면, 건물 연혁 등을 수시로 업데이트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권 시장은 “사업구역에 문화재를 비롯한 역사·문화 자원이 있으면 사업자가 보전·활용 계획을 수립하게 하는 등 건축자산 보존 장치도 마련하겠다. 소실 위기에 처한 주요 근대 건축물을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며 “역사·문화 자원 보존은 도시의 매력과 활력을 높이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런 방침 덕분에 ‘도심 올레길’로 불리는 대구근대골목투어는 국내 대표 관광지로 인기다. 청라언덕과 3·1만세운동 계단, 이상화 고택, 약령시, 대구국채보상기념공원, 경상감영공원 등 중구의 골목을 연결해 독특한 역사 체험을 선사한다. 연간 100만 명 넘게 찾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그중 백미다.

‘달빛동맹’ 2038년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유치 전력


―최근 대구와 광주가 2038년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유치를 선언했다.

“2009년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의 첫 글자를 딴 달빛동맹을 체결하고 상생·협력 사업을 꾸준히 추진했다. 대구와 광주는 동서화합의 상징이 됐다. 대구는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대회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광주는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열었다. 두 도시의 풍부한 국제경기 개최 경험과 잘 갖춰진 경기 시설 인프라를 활용해 2038년 아시아경기대회을 유치한다면 경제적, 국가적, 사회문화적인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두 도시가 꽤 떨어져 있어서 공동 유치에 난관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달빛동맹을 통해 서로 많이 교류하고 협력한 경험이 있다. 공동 유치를 시작으로 두 도시의 체육회 등을 중심으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대구 광주 시민들의 공감대를 넓히는 활동을 전개하겠다. 타당성 조사 용역 의뢰 및 기본 계획 수립, 대한체육회의 국내 후보 도시 결정,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 승인을 위한 행정절차를 광주와 함께 차근차근 해나갈 계획이다. 내년 중국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부터 공동유치단을 파견해 해외 홍보도 시작할 것이다.”

―대구 광주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개최의 효과는 무엇인가.

“영호남 동서화합을 더욱 돈독하게 하고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두 도시가 경제 문화 체육 관광 등 많은 분야에서 교류하면서 상생·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다. 국가 차원의 메가 스포츠 이벤트 개최로 사회통합과 국민화합의 초석도 마련할 수 있다. 종합 스포츠대회 개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사회경제적 문제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올림픽 가치 실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글로벌 달구벌#경상#대구#삼성창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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