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자치경찰 내달 첫발… 인사 - 예산 갈등 조율에 성패 달렸다

권기범 / 울산=최창환 / 대전=이기진 기자 입력 2021-06-21 03:00수정 2021-06-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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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 ‘기대 반, 우려 반’
지난달 17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중앙홀에서 열린 인천자치경찰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인천을 포함해 현재까지 15개 시도가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을 마쳤다. 경찰청 제공
《“예를 들어 ‘휴가철 해수욕장 치안 활동에 집중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칩시다. 기존에는 관할지역에 바다가 없는 충북 경찰도 해당 공문 처리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자치경찰이 되면 이젠 시도별로 지역 특성에 맞게 휴가철 범죄 예방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거죠.”
자치경찰제가 6개월 동안의 시범 운영을 마치고 다음 달부터 전국에서 전면 시행된다. 이처럼 국가경찰 단일 체계에서 일률적이던 치안 활동은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면 ‘지역 맞춤형’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한민국 경찰 역사 76년 만에 이뤄지는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은 경찰 치안 정책에 커다란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각 시도 경찰이 자체적으로 운용되면서 다른 시도보다 더 나은 성과를 얻기 위해 ‘서비스 경쟁’을 벌이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몇몇 자치경찰위원회는 이미 지역에 걸맞은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시행 초기에 경찰청과 각 자치경찰위원회가 혼란과 갈등을 얼마만큼 최소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 지역 맞춤형 경찰 서비스 선보여


자치경찰제는 올해 1월 1일 시행한 ‘개정 경찰법’(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됐다. 경찰 업무를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나누고, 자치경찰은 생활안전과 교통 등의 업무를 맡도록 했다. 이럴 경우 전체 경찰 약 12만 명 가운데 약 6만5000명은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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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시행을 앞두고 4, 5월에 상대적으로 일찍 출범한 자치경찰위원회들이 있다. 이들은 이미 자치경찰 가동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1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4월 말 출범한 대전자치경찰위원회는 ‘고위험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체계 개선’을 첫 안건으로 심의해 의결했다. 체계 개선을 위한 단기 과제로 이달 14일 대전경찰청에 응급입원지원팀이 신설되기도 했다. 자해나 타인을 다치게 할 위험이 있는 이들의 응급입원을 돕는 전담 팀이다.

신설 하루 뒤인 15일 곧바로 첫 적용 사례가 나왔다. 오후 6시경 대전 대덕경찰서 중리지구대는 정신질환을 앓는 A 씨(26)를 제압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이때 기존대로라면 6, 7시간씩 걸렸을 병원 대기 시간이 약 2시간으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응급입원지원팀이 시와 협조해 실무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기 때문이었다. 경찰 측은 “가용 인력이 적은 지구대 입장에서는 서너 시간을 절약하면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 경찰 전문가는 “이런 지역별 맞춤형 정책이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며 경찰에 기대하는 모습”이라며 “18개 시도경찰청은 물론이고 지자체가 보다 나은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일선 경찰은 “자치경찰위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흡한 대목에 대해선 가차 없이 지적할 테니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수도권 3곳만 아직 출범 안 해


이처럼 자치경찰제에서 가장 핵심은 자치경찰위원회라 할 수 있다. 지역 자치경찰의 활동 목표를 수립할 뿐만 아니라 시도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이뤄지는 자치경찰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역할도 한다. 게다가 예산과 인사, 감찰 요구 권한까지 갖고 있다. 3월 말 충남 자치경찰위원회가 운영을 시작한 뒤 현재 15개 위원회가 진영을 꾸렸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남부, 경기북부의 자치경찰위원회는 여전히 출범을 준비하는 상태다. 경기도는 17일 현재까지 경기도지사의 지명과 추천위원회 추천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도 “각 기관 추천을 받아 구성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거주하는 인구가 2300만 명에 이르는 최대 지역이다. 다른 자치경찰위원회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한 전문가는 “출범이 늦어지면 제도의 정착 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출범 지연으로 인한 치안 공백 등의 문제점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14일 “6월 말쯤 공식 출범을 예상하고 있다. 7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마무리되지 않은 법적·실질적 사안은 없다고 본다. 차질 없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인사·예산 논란 해결해야


자치경찰제의 큰 틀은 완성됐지만 아직 다듬어야 할 구체적인 부분은 남아있다. 조직의 핵심이자 가장 민감한 인사와 예산 부분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지자체가 모두 얽혀 있기 때문에 기관 사이의 알력이 없도록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당장 하반기 인사부터 자치경찰과 관련해 잡음이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자치경찰위원회가 경정 이하 자치경찰에 대한 전보 권한을 갖고 있어, 경찰 전체의 인사 기조와 얼마만큼 조화를 이룰지가 관건이다.

경찰은 그동안 치안 공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약 2주 사이에 집중적으로 인사를 발령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하지만 자치경찰위가 따로 인사를 하면 이 기간이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4주 정도 더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시도경찰청 관계자는 “자치경찰위원회의 인사가 부결 없이 순조롭게 진행돼도 기존보다 47일 정도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 자치경찰위원은 “경찰 특성을 고려해 서둘러 달라지만 그건 ‘경찰이 원하는 대로 인사를 해 달라’는 뜻”이라며 “번갯불에 콩 볶듯 인사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반응했다.

예산에 대한 지자체와 경찰의 시각도 다르다. 현재 자치경찰사무 관련 예산은 국고보조금 형태로 지원된다. 하지만 지자체와 자치경찰위원들은 “국고보조금은 국가가 규모나 용도를 정해주기 때문에 자치경찰제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재정 규모가 작은 지역은 예산 부족으로 ‘치안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예정대로 2022년까지 현재의 지원 형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달에야 자치경찰사무 관련 재원 확보 및 편성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당장 정책을 수정하기는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재정 지원 방안이 논의는 되고 있지만 부처 간 입장 차이가 있어 더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장 경찰의 호응”이라며 “통일된 인사 기조나 자치경찰에 대한 인센티브 등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기범 kak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 울산=최창환 / 대전=이기진 기자
#자치경찰제#서비스 경쟁#인사·예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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