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BTS’는 어디에… 음원차트서 맥 못 추는 남성 아이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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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 강한 여성 아이돌 그룹들 각종 차트서 상위권 석권하며 약진
열성팬 규모로 승부보던 남성그룹, 전통적 음원차트선 팬덤 약화
BTS 성공 후 트렌드 된 세계관, 대중성 확보에는 악수로 작용
NCT-엑소 등 CD 판매는 강세

‘ASAP’로 발랄한 돌풍을 일으킨 스테이씨. 하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ASAP’로 발랄한 돌풍을 일으킨 스테이씨. 하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 오마이걸, 헤이즈, 에스파, 브레이브걸스, 스테이씨….

최신 가요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각종 디지털 차트를 보면 요즘 뜻밖의 흐름이 감지된다. 방탄소년단을 제외하면 남성 아이돌 그룹을 상위권에서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의 순위를 종합해 보여주는 ‘가온차트’의 6월 첫 주 디지털 주간 차트에는 100위권 내에 남성 아이돌이 단 세 팀뿐이다. 그것도 37위(더보이즈 ‘KINGDOM COME’), 42위(투모로우바이투게더 ‘0X1=LOVESONG(I Know I Love You)’), 60위(NCT 드림 ‘맛(Hot Sauce)’·이하 ‘맛’)에 포진했다.

여성 아이돌은 상대적으로 보편적 대중성에 호소하는 곡이 많았고 남성 아이돌의 국민 히트곡이 엑소의 ‘으르렁’(2013년) 이후 드물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경향은 유별나다. 근년 차트를 떠올려보면 최소한 신보 발매 초기에는 상당 기간 남성 그룹의 신작이 정상을 찍거나 ‘줄 세우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가온 월간 디지털 차트(5월)도 양상은 비슷하다. 브레이브걸스, 저스틴 비버, 아이유, SG워너비, 오마이걸, 방탄소년단, 있지가 자리한 ‘성층권’ 아래에 NCT 드림의 ‘맛’이 14위로 걸쳐 있을 뿐이다.

인기 가요의 지표인 디지털 차트에서 남성 아이돌 그룹을 찾기 힘들다. 남성 그룹은 세계관과 콘셉트를 앞세워 팬덤 중심의 앨범 소장형 소비에, 여성 그룹은 대중적 발랄함을 내세워 음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형 소비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맛’으로 CD 200만 장을 판 NCT 드림.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인기 가요의 지표인 디지털 차트에서 남성 아이돌 그룹을 찾기 힘들다. 남성 그룹은 세계관과 콘셉트를 앞세워 팬덤 중심의 앨범 소장형 소비에, 여성 그룹은 대중적 발랄함을 내세워 음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형 소비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맛’으로 CD 200만 장을 판 NCT 드림.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 디지털 차트와 CD 판매량의 간극을 보면 더 괴이쩍다. NCT 드림은 지난달 10일 첫 정규앨범 ‘맛’을 발매 16일 만에 200만 장이나 팔았다. 엑소도 이달 7일 낸 스페셜 앨범을 또 한 번 100만 장 넘게 팔며 여섯 번째 밀리언셀러를 만들어냈다.

해외 차트와 온도 차도 작지 않다. NCT 드림은 아이튠스 톱 앨범 차트 세계 37개 지역 1위,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 1위에 올랐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지난달 31일 낸 정규 2집 ‘혼돈의 장: FREEZE’를 빌보드 앨범 차트 5위까지 올렸다. ‘여성 그룹=음원(곡), 남성 그룹=CD(음반)’라는 종래의 공식이 극한값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15일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 1∼5월 국내 피지컬 앨범(CD, LP 등)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00만 장 늘어 1900만 장에 달했다. 팬데믹 이후 이어진 CD 시장 성장세가 폭발에 이른 모양새다. 2019년 연간 판매량이 약 2500만 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전 한 해 동안 팔린 CD 물량이 올해에는 반년 만에 빠질 기세다.

전문가들은 이를 국내 인기 차트의 역사에 하나의 균열이자 분기점으로 본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이른바 총공(음원 소비 총공격)으로 아이돌의 차트 성적을 떠받치던 팬덤의 화력이 전통적 음원 차트에서 빠르게 빠져나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최근 여섯 번째 100만 장 판매 음반을 남긴 엑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여섯 번째 100만 장 판매 음반을 남긴 엑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열성 팬덤의 규모로 승부를 보는 남성 그룹이 대중적 히트곡을 노리기보다 어둡거나 신비로운 세계관을 구축하고 격렬한 퍼포먼스와 시각 콘셉트에 몰두하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는 “갑옷을 입고 나와 칼싸움을 하는 신인 그룹 ‘킹덤’, 그리고 남성 그룹이 극한 콘셉트 대결을 펼친 엠넷 경연 프로그램 ‘킹덤’이 좋은 예”라며 “방탄소년단, 엑소 이후 주류 트렌드가 된 세계관 구축이 팬덤 결집에는 도움이 되는 반면 대중성 확보에는 진입장벽을 높이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여성 아이돌 그룹의 밝고 대중성 높은 댄스곡은 기세가 더 높아졌다. 틱톡, 인스타그램의 ‘릴스’ 기능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짧은 영상이 유행하면서 발랄한 여성 댄스곡이 배경음악으로 인기를 얻고 더 널리 퍼지기 때문이다. 이대화 평론가는 “유튜브와 TV를 통해 애프터스쿨, 브레이브걸스, SG워너비가 소환되는 등 웃기거나 신나거나 추억을 자극하는 예능형 음악에 대한 조명이 대세가 된 경향도 이런 변화에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음원차트#남성 아이돌#팬덤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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