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日 약식회담 불발 서로 ‘네 탓’… 매번 손가락질만 할 건가

동아일보 입력 2021-06-16 00:00수정 2021-06-1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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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의 약식회담이 불발된 것을 두고 양국은 서로 상대에 책임을 돌렸다. 발단은 우리 정부 관계자가 “실무선에서 약식회담이 잠정 합의됐지만 일본이 동해영토수호훈련(독도방어훈련)을 문제 삼아 취소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일본은 “일정 때문에 성사되지 않은 것이고, 잠정 합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우리 해·공군과 경찰은 어제 예정대로 독도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약식회담 불발을 놓고 어느 쪽 책임이냐를 가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약식회담’이 어떤 형식의 대화인지, ‘잠정 합의’가 어느 수준의 약속인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측은 “약식회담 정도라면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고, 실무진에선 대응자료까지 마련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가 총리의 판단이든 현장 사정 때문이든 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일 간 신경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측 모두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먼저 손 내미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고, 일이 무산되면 서로 손가락질하기 일쑤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물밑 협의 내용을 공개한 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두 차례나 스가 총리에게 다가갔지만 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못마땅함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꽉 막힌 한일관계는 최근 전범 기업에 강제징용 피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 나오면서 출구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과거사 해결은 가해자의 사죄와 피해자의 용서를 바탕으로 가능한데, 지금 가해자는 외려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 올림픽 홈페이지엔 독도를 일본 땅처럼 표기해놓고 한국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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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 달 도쿄 올림픽 개막에 맞춰 문 대통령의 방일을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지금 같은 일본의 태도로는 방일 분위기조차 갖춰지기 어렵다. 당장 어려운 과거사 문제는 접어두고 자연스럽게 관계 회복의 기회를 찾는 신선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미 바닥을 찍은 최악의 관계다. 생각을 바꾸면 반전은 쉬울 수 있다.
#g7 정상회의#한일 약식회담#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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