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 52시간 비상 걸린 영세기업들 ‘절박한 호소’ 외면 말아야

동아일보 입력 2021-06-15 00:01수정 2021-06-1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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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가 어제 긴급회의를 갖고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을 미뤄달라고 호소했다. 7월부터 50인 미만 기업에도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영세 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영세 기업의 현실을 볼 때 정부는 이들의 호소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2018년 7월 300인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됐는데, 위반한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문제는 50인 이하 영세 사업장은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제도를 시행할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중기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50인 이하 사업장의 절반이 시행 준비를 못 한 상태다.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인력을 추가로 뽑거나 자동화 설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부족 인력이 21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한 데다 영세 업체로서는 설비를 갖출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용접 열처리 등 기능 인력이 일하는 곳이 많다. 근로자들은 대기업보다 낮은 급여를 연장근로수당, 심야수당 등으로 보충해왔다. 주 52시간제로 추가 근로를 못 하면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 숙련공들이 초과근로를 시켜 준다는 불법 사업장으로 빠져나갈 조짐까지 있다고 한다. 주 52시간제로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벤처 생태계가 위축될 우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단기간 집중적인 업무로 성과를 내는데, 근로시간을 제한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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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기업의 장시간 근로는 개선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한데 주 52시간제를 밀어붙이면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탄력근로제와 유연근로제가 도입됐지만, 업종 근로시간 노사합의 등 제한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명분에 쫓겨 현실을 외면하면 노사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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