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희연측, 해직교사 5명 채용前 콕찍어 검토 문건 작성

고도예 기자 , 배석준 기자 입력 2021-06-04 03:00수정 2021-06-0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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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서울교육청 문건 다수 확보… 해직교사 5명 이름-퇴직사유 적시
실무진 “5명 채용지시로 이해” 진술… “실무진 강한 반대, 직권남용 증거”
면접 심사위원 4명, 교사들과 친분
지난 5월 2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서울시교육청이 특별채용 공고를 내기 전후 해직 교사 5명을 채용 검토 대상자로 명시해 작성한 내부 문건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 측이 사실상 해직 교사들을 채용하기로 내정한 상태에서 요식행위로 공개 채용 절차를 거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는 서울시 부교육감이었던 A 씨를 불러 이 같은 내용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가 서울시교육청 압수수색 과정 등에서 확보한 문건 중에는 해직 교사 5명을 채용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검토했던 ‘법률 검토 문건’ 등이 포함돼 있다. 특별채용 공고 두 달 전 작성된 이 문건에는 해직 교사 5명의 이름과 퇴직 사유, 신규 임용 예정일 등이 쓰여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 측은 “해직 교사 5명을 채용해 달라는 민원을 받고 검토했을 뿐 채용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 문건 외에도 해직 교사들을 ‘채용 검토 대상자’로 명시한 다른 문건들이 발견돼 조 교육감이 이들을 사실상 내정한 후 채용 지시를 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채용 과정에 관여한 실무진은 공수처와 감사원에서 “조 교육감이 5명을 채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이해했다. (해직 교사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연퇴직했지만 시대가 변화했으니 다시 생각해 보라고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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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육감 측은 2일 기자회견에서 “실무진이 스스로 결재 라인에서 빠진 것이고, 조 교육감은 이들을 배제한 적이 없다”며 부당하게 특별채용을 추진했다는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직권남용 사건을 다수 심리했던 법관들은 “실무진이 자진해서 결재 라인에서 빠졌다고 하더라도 조 교육감의 직권남용 혐의는 성립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한 법관은 “실무진이 법령에 위반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결재를 반대했다는 건 오히려 조 교육감의 직권남용을 입증할 유죄 증거”라며 “조 교육감이 특별채용을 지시했고 실제 추진하도록 한 실무진(당시 중등교육과 팀장)에게 직권남용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법원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실무진이 특정 성향의 문화예술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건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는 점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지난 5월 18일 오전 9시 35분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과 경찰들이 서울시교육청 압수수색을 위해 본청에 들어가는 모습. 이소정 기자

조 교육감 측은 채용된 해직 교사들과 친분이 있는 교수, 변호사 등을 채용 심사위원으로 참여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이어서 심사위원은 지원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당시 실무진은 심사위원들에게 “특별채용이 교육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한 활동을 하다가 퇴직된 사람들에 대한 채용 요청이 있어서 교육감 지시로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서류 전형에 합격한 지원자 14명 중 해직 교사는 5명뿐이었고, 나머지 9명은 스스로 교직을 그만둔 경우여서 ‘채용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셈이었다. 또 해직 교사들의 자기소개서엔 ‘2007년 입시비리, 편입학비리 기자회견 폭로’ 등 상세한 이력이 담겨 있었다. 게다가 심사위원 5명은 지원자들을 대면 면접했고, 위원 중 4명은 해직 교사들과 친분이 있는 관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
#조희연#해직교사#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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