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세금-가상화폐 압류하자, 버티던 체납자들 바로 납부

강승현 기자 입력 2021-06-03 03:00수정 2021-06-03 07:55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시 올 체납세금 징수액 5년만에 최대… 비대면 조사 효과 톡톡
대면조사 어렵자 데이터 분석 강화… 서울시 5월까지 285억 징수 성과
50대 남성 A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가 부과한 4650만 원의 지방소득세(양도소득세) 납부를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왔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A 씨의 예금 기록 등을 샅샅이 훑었지만 압류할 만한 마땅한 재산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A 씨가 지난해 서울 강남의 160m²가 넘는 고급 아파트의 전세 계약을 맺은 사실을 알아냈다.

A 씨의 주소지는 전남 여수로 등록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세 보증금만 29억 원에 이르는 강남의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시는 곧바로 임차보증금을 압류했고 A 씨는 지난달 24일 밀렸던 세금 전액을 납부했다.

B 씨는 2019년 8월 부과된 지방소득세 1200만 원을 2년 가까이 내지 않았다. B 씨 역시 ‘세금을 낼 여력이 없다’며 하소연했지만 서울시가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확인한 결과 B 씨는 4억20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었다. 서울시가 B 씨의 가상화폐를 압류 조치하고 거래를 정지하자 사정이 어렵다던 B 씨는 체납액을 한 번에 바로 냈다.

서울시가 최근 5년간 최대 징수 실적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체납자 대면이나 현장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주요기사
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38세금징수과의 올해 체납 세금 징수액은 5월 말 기준 285억 원(잠정)에 이른다. 2016년 같은 기간 징수액이 161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징수액은 161억 원에 그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해와 비교하면 9, 10월이나 돼야 가능했던 징수액을 올해는 상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모두 거뒀다”면서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현장조사 등이 위축된 상황에서 오히려 높은 징수 실적을 기록한 것은 각종 데이터 분석 등 ‘비대면 조사 방식’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가상화폐 등 새로운 형태의 금융자산 기록이나 부동산 임차 현황 전수조사 등 여러 기관의 자료를 추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체납자들의 ‘숨겨진 돈’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체납자는 현금을 수표로 바꿔 가지고 있기도 했다. 서울시는 고액 체납자들의 자기앞수표 교환 현황을 시중은행으로부터 확보했다. 그 결과 고액 체납자 623명이 1만3857회에 걸쳐 1714억 원을 수표로 교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이들을 상대로 자금 출처, 교환 목적 등을 확인해 74명으로부터 13억 원을 징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에는 다양한 형태로 체납자들의 재산이 은닉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데이터 분석과 법적 소송 등을 통해 체납 세금을 반드시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서울시#체납세금#압류#비대면 조사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