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측근 변심에 ‘아뿔싸’…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실각 위기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입력 2021-06-01 03:00수정 2021-06-0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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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트, 네타냐후 수석보좌관 출신… 2018년 국방장관 거절당하자 앙심
이듬해 리쿠드당 나와 ‘야미나’ 창당… 최근 ‘反네타냐후 聯政’ 합류 뜻 밝혀
베네트-라피드, 차례로 총리 맡을듯… 네타냐후 “좌파 연정, 세기의 사기”
1996년 6월∼1999년 7월, 2009년 3월∼현재까지 15년 2개월 넘게 집권 중인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72)가 한때 최측근이었던 나프탈리 베네트 극우정당 ‘야미나’ 대표(49)의 변심으로 실각 위기에 처했다. 베네트는 자신이 총리가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집권 리쿠드당 대신 중도 정당 ‘예시 아티드’가 이끄는 반(反)네타냐후 연정에 합류할 뜻을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베네트는 지난달 30일 TV 연설을 통해 “친구 야이르 라피드 예시 아티드 대표(58)와 함께 이스라엘을 추락에서 구해내겠다. 더 이상 연정이 무산되면 사회 혼란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전체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에는 10개가 넘는 정당이 난립하고 있어 연정이 아니면 집권하기 어렵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벌써 4번의 총선이 치러졌고 2일까지 연정이 구성되지 못하면 5번째 총선을 실시할 수도 있다.

3월 총선에서 예시 아티드와 야미나는 각각 17석, 7석을 얻었다. 이미 연정 합류 의사를 밝힌 청백당(8석·중도) 노동당(7석·좌파)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중도 우파) 뉴호프(6석·우파) 조인트리스트(6석·아랍계 정당 연합) 메레츠(6석·좌파)를 합치면 8개 정당의 의석이 과반(61석)인 64석이 된다. 베네트와 라피드는 베네트가 2023년까지 먼저 총리를 하고 라피드가 외교장관을 맡은 후 서로의 자리를 맞바꾸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드는 2일까지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게 연정 구성 합의를 보고하고 이후 1주일 안에 의회에서 표결을 거쳐 정권교체를 이루기로 했다. 소속 의원들의 변심이 없으면 과반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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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유대교 성직자 랍비 집안에서 태어난 베네트는 네타냐후와 마찬가지로 최정예 대테러 특수부대 ‘사예레트 마트칼’에서 복무했고 미국에서 오래 생활했다. 2006∼2008년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을 지냈고 네타냐후의 두 번째 집권 후 교육, 경제 등 여러 부처 장관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는 장남의 이름을 네타냐후 총리의 형 요나탄의 이름에서 따서 지었을 정도로 총리와 각별한 사이였다. 네타냐후의 형은 1976년 팔레스타인 테러범에 의해 납치된 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억류됐던 이스라엘 인질들을 구하다 순직했다.

하지만 2018년 11월 차기 총리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국방장관 자리를 요구하다 거절당하면서 관계에 금이 갔다. 당시 둘은 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잠시 휴전하는 문제를 두고도 대립했다. 팔레스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베네트는 1967년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에서 무력으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하고 네타냐후 정권이 지금보다 더 우파적인 색채를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네트는 2019년 7월 야미나를 창당했다. 두 달 후 총선에서 베네트가 반네타냐후 진영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네타냐후는 뒤늦게 그를 국방장관에 앉혔다. 하지만 이듬해 초 청백당과의 연정에 성공하자 야미나를 연정 파트너에서 배제하고 베네트를 국방장관에서 물러나게 했다. 네타냐후에 대한 베네트의 반감 또한 극도로 높아졌다.

베네트가 라피드와 손잡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성명을 통해 “국가 안보와 미래에 위협인 좌파 연정은 ‘세기의 사기’”라고 비판했다. 네타냐후와 리쿠드당은 야미나 소속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한 8개 정당의 이념 스펙트럼이 극우, 극좌, 중도, 아랍계 등으로 지나치게 다양하고 ‘반네타냐후’ 외에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집권에 성공해도 내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 이미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는 자신이 총리 논의에서 배제된 것에 불만을 표했다. 극우 야미나와 아랍계 조인트리스트가 팔레스타인 현안을 두고 격렬히 대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네타냐후는 해외 사업가로부터 돔페리뇽 같은 최고급 샴페인과 쿠바산 고급 시가 등을 받고 특정 언론사에 친정부 기사를 쓰도록 압박한 혐의 등으로 2019년 11월 현직 총리 최초로 기소됐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실각하면 면책 특권이 사라져 곧바로 감옥에 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가 실각하면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네타냐후#아뿔사#세기의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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