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외면한 골든글로브, 인정한 아카데미 변화맞는 자세가 美영화상 양대 산맥 갈랐다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5-14 03:00수정 2021-05-14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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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남성 위주 심사-시상 비판 여론
아카데미, ‘기생충’ 선정 등 개혁나서
골든글로브, 늑장 대응에 존폐 위기
2015년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가 모두 백인임을 비판하며 트위터에 ‘#OscarsSoWhite’를 올린 변호사 에이프릴 레인(왼쪽 사진). 이듬해에도 후보 전원이 백인으로 선정되자 배우 윌 스미스(오른쪽 사진)와 제이다 핑킷 스미스 부부, 스파이크 리 감독 등이 오스카 보이콧을 선언했다. 사진 출처 에이프릴 레인 인스타그램·CAA 제공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미국 영화 시상식의 양대 산맥에는 인종 및 성 차별 논란이 따라다녔다. 회원 구성과 시상 내용이 백인 남성 위주인 탓이었다. 골든글로브를 주최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비판에 대응하는 방식은 달랐다. HFPA는 변화를 거부했고 AMPAS는 개혁을 택했다. 그 결과 골든글로브는 최근 할리우드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미국 NBC 방송은 내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기로 했고, 톰 크루즈 등 배우들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반면 아카데미는 “변화의 첫발은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카데미가 골든글로브와 다른 길을 간 건 ‘매를 먼저 맞은’ 덕이 크다. AMPAS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때는 2015년. 배우 후보 전원이 백인인 것을 두고 흑인 여성 변호사 에이프릴 레인이 트위터에 ‘#OscarsSoWhite’를 올린 게 도화선이 됐다. 이듬해에도 후보 전원이 백인이자 ‘#OscarsSoWhite’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다시 번졌고, 배우 윌 스미스 등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안숭범 영화평론가는 “아카데미는 회원 수와 역사적 측면에서 골든글로브보다 높은 권위를 갖기에 영화인들이 먼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감독, 배우, 제작자 등으로 구성되는 아카데미 회원은 전 세계에서 1만 명이 넘는다.

비판의 화살이 아카데미에 집중되는 동안 골든글로브는 한발 비켜나 있었다. 올해 2월에 87명의 HFPA 회원 중 흑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LA타임스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시상식을 앞두고 미국 감독, PD, 배우들은 ‘#TimesUpGlobes’를 공유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대응 방식도 달랐다. AMPAS는 2016년 “여성과 유색 인종 회원을 2020년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여성 비율은 2016년 24%(1446명)에서 지난해 32%(3179명)로, 같은 기간 유색 인종 비율은 9%(554명)에서 16%(1787명)로 늘었다. 지난해 가입한 68개국 출신 819명의 신규 회원 중 45%가 여성, 36%가 소수 인종 및 민족이었다. 2017년 흑인 인권을 다룬 ‘문라이트’, 2020년 외국어 영화 ‘기생충’에 작품상을 주며 변화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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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는 논란이 불거진 올해 2월 “회원 수를 18개월 안에 두 배로 늘리고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발표만 했다. NBC가 중계를 거부한 이유도 “규정 변경을 위한 이사회 개최 시기 등 구체적인 일정이 없어서”였다.

수상 기준 재정비 여부도 운명을 갈랐다. 지난해 9월 아카데미는 “2022년부터 작품상 후보 선정 기준 중 하나로 다양성을 넣겠다”고 밝혔다. 주연 또는 핵심 조연 역할에 최소 1명의 유색 인종 또는 소수 민족이 들어가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지침도 공개했다. 이와 달리 골든글로브는 비(非)영어 대사 비중이 50% 이상일 경우 작품상 후보에 들지 못한다는 구시대적 기준을 고수했다.

할리우드는 아카데미에 대해 “기울어진 영화 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늑장 대응으로 일관한 골든글로브에 보내는 시선은 싸늘하다. 골든글로브가 뼈를 깎는 쇄신을 이룰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골든글로브#보이콧#존폐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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