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지재권 보호 유예 논의 활발… 국내서 mRNA 백신 개발 가능할까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입력 2021-05-14 03:00수정 2021-05-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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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백신 나노기술 특허만 수백개
공정도 까다로워 전문기술 이전 필요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논의가 급부상하면서 mRNA 백신 자체 생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포기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백신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아직 논란이 분분하지만 만약 현실화된다면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국가에서도 복제 백신을 자체 생산할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지재권 보호 유예가 이뤄지면 국내에서도 이르면 6개월 내에 제조 시설을 갖춰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특허가 공개된다고 해도 지재권 면제 범위가 워낙 넓고 제조 공정 노하우도 복잡해 실제로 백신을 생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재권 면제에 따른 자체 생산보다는 기술이전을 받거나 위탁생산(CMO)을 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범위한 mRNA 백신 지재권


백신 지재권 면제 논의는 인류가 코로나19 사태로 처음으로 개발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에 주로 집중돼 있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이다. 백신 개발과 접종 과정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노바백스 백신은 기존에 활용됐던 백신 기술을 이용해 개발됐다. 이와 달리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 백신은 코로나19로 최초로 상용화된 백신 기술이다. 백신 지재권과 특허가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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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의 핵심인 mRNA 기술 특허가 공개돼도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과 똑같은 백신을 생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mRNA 백신의 지재권이 광범위하다고 평가한다. 핵심은 백신의 알맹이와도 같은 코로나19 유전물질을 포함한 mRNA 제조 기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단백질’의 유전정보가 mRNA에 담긴다. mRNA가 체내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해 항체를 생성하는 원리다.

mRNA를 감싸 보호하는 지질나노입자(LNP)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mRNA는 분자가 불안정하고 크기가 커 세포막을 통과하기 어려운데 이를 해결한 게 LNP 기술이다. LNP 제조 기술은 미국 아뷰터스와 영국 제네반트 등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도 아뷰터스의 LNP를 도입해 쓴다.

홍기종 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은 “mRNA 백신은 기술 자체가 모두 새롭게 특허 대상이며 LNP의 경우 특허만 수백 개가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면역증강제나 면역보조제와 같은 첨가물에도 특허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mRNA 백신 지재권은 굉장히 광범위하고 이해관계도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제조 노하우는 지재권 아냐… 기술이전 필요


mRNA 백신 지재권이 면제되면 국내에서도 6개월 내에 생산 능력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제약그룹 동아쏘시오그룹의 계열사 에스티팜이 4월 제네반트의 LNP 기술 도입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여건만 갖춰지면 mRNA 백신 생산이 가능한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광범위한 백신 지재권이 면제된다고 해도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똑같은 백신을 제조하기까지는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제조 공정 조건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정지혜 대한변리사회 행정이사는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공정의 온도나 습도 등 미세한 조건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백신 개발사들도 조정 과정을 거치며 제조 노하우를 축적한다”며 “이 같은 노하우는 특허 대상이 아닌 데다 이를 공개하라는 것은 개발사 입장에서는 영업비밀까지 공개하라는 것과 같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지재권 면제보다는 기술이전을 받거나 위탁생산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 편집위원장은 “기술을 베낀다고 해서 베껴지는 게 아니다”라며 “전문가들의 기술이전이 이뤄져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달 21일(현지 시간)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미 ‘백신 동맹’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원천 기술과 원료를 가진 미국과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이 백신 파트너십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는 의미다. 모더나 백신 생산을 국내 CMO 업체가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위탁생산한다고 해도 개발사 생존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노하우를 전부 오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체 개발 또는 지재권 면제에 따른 생산 기술 확보 등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reborn@donga.com
#mrna#백신#나노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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