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자동차 회사가 배터리를 만들려는 이유

김도형 기자 입력 2021-05-14 03:00수정 2021-05-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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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거리에 연료통 없는 자동차가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들이다. 전기차는 연료통 대신 무거운 배터리를 밑에 깔고 있다.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채우는 대신 충전기를 꽂아서 저장한 전기 에너지의 힘으로 달린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연료통을 대체하는 것일까. 운전자 눈에는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차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전기차에 쓰이는 고전압 배터리는 연료통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일을 한다.

전기차 경쟁력은 배터리가 좌우한다. 부피와 중량은 줄이되 더 오래 달릴 수 있고 순간적으로 큰 힘을 뽑아 쓸 수 있는 배터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이른다. 얌전히 기름 잘 담고 있으면 되는 연료통과는 비교 불가다.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이 하던 역할의 상당 부분을 이미 넘겨받았다.

한국과 중국 기업이 만든 배터리가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여기에 끼어들겠다는 선언이 미국과 독일에서 잇따라 나왔다. 지난해와 올해, 테슬라와 폭스바겐이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자신들이 생산하는 차에 넣는 이른바 ‘내재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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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생산은 결코 쉽지 않다. 지금 전기차 배터리의 대세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과 전자가 이동하면서 충·방전된다. 이런 화학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때때로 화재까지 일으키는 불안정한 물질을 활용하는 고전압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요구되는 공정의 정밀도도 자동차 생산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자동차 기업들이 내재화를 외치는 이유는 “안 할 수 없다”에 가까워 보인다. 전기차 원가의 30∼40%에 이르는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엔진·변속기보다 훨씬 비중이 크다. 이걸 모두 사와야 하는 완성차 기업은 차(車) 떼고 장기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들 만하다. 배터리 가격은 갈수록 떨어지겠지만 가장 비싼 부품을 밖에서 사오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모든 완성차 기업의 처지가 같다면 견뎌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기업이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배터리 제조 마진을 확 줄이면서 가격 싸움을 걸 수 있는 기업이 나타난다면 그때는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완성차 기업은 배터리 직접 생산이나 최소한의 기술 확보에 등 떠밀리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

사실, 배터리만의 얘기가 아니다. 기계 공학의 결정체였던 자동차는 지금 첨단 산업의 복합체로 변모하는 길 어디쯤을 굴러가고 있다. 실내 공간에서 비중이 커지는 첨단 디스플레이 장치,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와 카메라, 각종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역량이 모두 자동차라는 플랫폼에 올라타고 있다. 이걸 안 태울 수가 없는데 무턱대고 태우다가 자칫 껍데기 조립하는 역할만 남는 건 아닐까. 전기차를 앞세운 미래차 물결이 완성차 기업을 고민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자동차회사#배터리#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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