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디지털 옷 입고 ‘화려한 외출’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5-12 03:00수정 2021-05-1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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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문화축전 총괄한 주재연 감독
문화재에 영상 더한 미디어아트
“다양한 시도로 관객 호기심 자극”
제7회 궁중문화축전 미디어아트 ‘조선의 문화, 꽃으로 피다’의 시작 장면. 단청 문양과 연꽃, 모란꽃이 주 소재가 됐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궁궐의 화려한 단청 옆으로 연꽃과 모란꽃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린다.

9일 ‘궁중문화축전’이 열린 서울 종로구 경복궁 경회루 서쪽 소나무 숲. 20여 개의 야외 빈백에 30여 명이 거의 누운 자세로 편하게 앉아 있었다. 이들 앞에는 80인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TV 8대가 놓여 있었다. 화면에는 조선 궁궐과 단청, 연꽃 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미디어아트 ‘조선의 문화, 꽃으로 피다’가 재생되고 있었다. 자칫 딱딱하게 받아들이기 쉬운 문화재에 첨단 기술이 말랑말랑한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

궁중문화축전 미디어아트는 주로 전각이나 문루에 영상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구나 네온관 같은 조명기구를 문화재 위에 직접 걸어놓으면 훼손 우려가 있어서다. 주재연 궁중문화축전기획운영단 감독(56·사진)은 “단순한 영상 투사가 아닌 문화재 유형별로 맞춤형 콘텐츠를 보여주고자 한다”며 “건조물은 평면이 아니기에 형태에 따라 화면 비율을 달리해야 한다. 건물 기둥, 지붕, 문 등과 어울리는 각각의 콘텐츠를 투사하는 방안을 기획 중”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미디어아트가 문화재 고유의 색을 가린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주 감독은 “색과 이미지 변형은 작가의 작품세계”라며 “미디어아트는 궁궐 건축과 역사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단인 만큼 이를 통해 문화재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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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감독은 올 하반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합친 융합예술을 기획하고 있다. 경복궁 흥례문 앞에 강원 원주 한지로 만든 등불이나 전남 담양 대나무로 조성한 숲을 만들고 그 위에 영상을 입히는 식이다. 그는 “올해부터 궁중문화축전이 매년 두 번씩 열리는 만큼 봄에는 체험 프로그램을, 가을에는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궁궐 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해 축전 대표 프로그램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은 창경궁 산책로에 사슴이 뛰노는 장면을 홀로그램으로 연출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현재 축전에서는 전체 공간의 20% 남짓만 활용하고 있다”며 “관객들이 숨은 공간들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문화재#궁중문화축전#주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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