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성윤, 수사심의위 기소 권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라

동아일보 입력 2021-05-11 00:00수정 2021-05-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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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어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찬성 8명, 반대 4명, 기권 1명의 의결로 기소를 권고했다. 수사심의위 권고는 반드시 따라야 할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김학의 수사팀의 기소 방침이 더 큰 정당성을 얻게 됐다. 이 지검장은 스스로 소집을 요구한 수사심의위의 결론이니만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수원지검은 이 지검장을 11일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지검장이 기소 전 사퇴하지 않으면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으로는 첫 피고인이 돼서 재판을 받게 된다. 현 정권에서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막는 데 앞장선다는 비판을 여러 차례 받아 왔다. 유죄 여부는 재판에서 다툴 일이지만, 수사심의위의 기소 권고만으로도 큰 오점을 남겼다.

이번 수사심의위에서 논의가 된 안건은 2019년 3월 청와대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전화를 받은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가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의 번호를 이용해 그의 출금을 요청한 사건이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 사건을 수사 중이던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외압을 넣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검사와 출금을 실행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이미 기소돼 있다. 비록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성접대 등을 받고도 처벌을 피해 국민적 분노를 산 김 전 차관이지만 절차적 정의를 무시하고 공권력을 남용한 조치를 처벌하지 않으면 무고한 사람의 인권까지 침해당할 수 있다.

검찰 수사와 기소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외부인으로 구성돼 상식에 가까운 판단을 하는 수사심의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 등을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를 강행함으로써 한동안 수사심의위가 유명무실화했다. 검찰은 이번 권고를 적극 받아들이고, 수사심의위를 통해 수사와 기소의 공정성을 더욱더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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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수사심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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