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남는 美, “우리 州엔 그만 달라” 요청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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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률 높은 아이오와-미시시피 등
연방정부에 공급중단 요청 늘어
“맞으면 100달러” 등 유인책 고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이 많은 미국에서는 주정부가 연방정부에 백신 공급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인구가 1억 명을 넘어선 뒤로 추가 신규 접종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 물량이 계속 공급되자 이에 대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2일 지역 일간지 디모인레지스터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보건당국은 다음 주인 10일부터 공급될 백신 물량 중 71%가량(7만5280회분)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연방정부에 알렸다. 아이오와주는 백신을 맞겠다는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번 주 백신 공급량도 일부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아이오와주 99개 카운티 중 88곳이 다음 주 할당된 백신 공급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됐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43개 카운티가, 이번 주에는 80개 카운티가 각각 백신 공급을 거절하거나 일부만 받았다. 백신이 필요 없다는 지방정부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아이오와주의 백신 접종은 4월 초에 최고점을 찍은 후 내려가는 추세다. 당시 하루 5만 회분 안팎이었던 접종량은 최근 들어 2만 회분 안팎까지 떨어졌다. 아이오와주에서는 전체의 56%가 넘는 성인이 백신을 최소 1회 이상 접종했다.

백신이 남아돈다며 연방정부의 지원을 사양하는 주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도 지난달 말 연방정부에 백신 공급량을 일부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미시시피주는 백신이 남아돌아 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백신 약병을 작은 배송 상자에 넣어 조금만 보내 달라고 했다. 캔자스주도 4개 카운티 중 3개꼴로 백신을 배송하지 말아 달라고 최소 한 번 이상 주정부에 요청했다.

미국은 백신 접종 초기인 올 초만 해도 각 주가 연방정부에 백신을 빨리 공급해 달라고 줄을 섰지만 접종이 웬만큼 진행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각 주는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의 접종을 이끌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웨스트버지니아주는 백신을 맞는 16∼35세 청년들에게 100달러짜리 예금증서를 주기로 했다.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는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을 데려오는 주민에게 50달러가 채워진 현금카드를 준다. 현재 미국에서는 내륙의 시골 주민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일부 기독교 신자,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일부 흑인이 주로 백신 접종을 머뭇거리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백신 남는 미국#접종률#유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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