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반 걸린 금가프라자, 배우들 디테일까지 고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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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빈센조’ 한지선 미술감독
인물 캐릭터 반영한 소품 비롯해
세심한 공간연출 가능케 해 호평

tvN 드라마 ‘빈센조’ 촬영의 중심이 되는 금가프라자 안에는 법무법인 지푸라기를 포함해 8곳의 특색 있는 상가들이 나온다. 상인들은 각자만의 능력을 가진 범상치 않은 이웃으로, 극에서 빠질 수 없는 감초다. 빈센조는 내달 2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CJ ENM 제공
tvN 드라마 ‘빈센조’ 촬영의 중심이 되는 금가프라자 안에는 법무법인 지푸라기를 포함해 8곳의 특색 있는 상가들이 나온다. 상인들은 각자만의 능력을 가진 범상치 않은 이웃으로, 극에서 빠질 수 없는 감초다. 빈센조는 내달 2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CJ ENM 제공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마 한두 개가 아닐 테다. 다만 분명한 건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에 주연인 빈센조 까사노(송중기) 홍차영(전여빈) 장준우(옥택연)만 있지는 않다는 거다. 그 어딘가 ‘금가프라자’의 상인들이 있다.

금가프라자는 드라마의 기둥이었다.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가 애초 한국행을 택한 건 금가프라자 지하에 있는 금괴를 찾기 위해서였다. 재건축을 빌미로 건물을 무너뜨릴 계획이었으나 건물 소유권을 바벨그룹에 빼앗기게 된다. 그 후 바벨의 비리들을 알게 되면서 전면전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빈센조와 협력하는 금가프라자 상인들의 개성과 능력이 빛을 발한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송중기가 “우리 드라마의 주인공은 금가프라자 사람들”이라고 말한 이유다.

드라마의 정체성을 품은 이곳 세트장은 한지선 미술감독이 가장 공들인 장소다. 그는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톡톡 튀기에 세트장은 티 나지 않게 자연스러웠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가 해석한 금가프라자는 낡아 보이긴 해도 상인들이 소중히 다뤘을 것 같은 장소였다. 한 미술감독은 프라자 내 빈센조와 홍차영의 근무지인 법무법인 ‘지푸라기’를 정돈된 분위기로 연출하려 노력했다. “통상 서류가 너저분하게 널린 작은 상가의 로펌 느낌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가꾼 곳이라 생각했다”는 것.

디테일한 해석은 공간별로 확연한 차이를 만들었다. 프라자 내 제일세탁소에는 빛바랜 네임스티커, 이탈리아 식당 아르노에는 고가 와인들, 밀실에는 실제 무게의 8분의 1로 제작된 금괴 소품을 각각 준비했다. 댄스교습소 고스텝의 경우 래리강을 연기하는 김설진 배우가 현대무용가인 걸 감안해 그의 물건을 소품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금가프라자는 단순히 오밀조밀한 생활공간이 아니다. 강제퇴거 용역과 상인들이 대치하거나 킬러와 빈센조가 추격전을 벌이는 등 신경 쓸 구석이 많았다. 한 미술감독은 액션신 등 동선을 고려해 복도를 일반적인 상가보다 넓게 설계했다. 그는 “약 6600m² 규모의 스튜디오였기에 제작 기간만 두 달 반이 걸렸다”고 말했다.

빈센조의 등장을 알리는 라이터도 그가 만들었다. 한 미술감독은 작가 등과 상의해 빈센조가 마피아임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까사노 가문 문양을 라이터에 새겼다. 그는 “저작권 문제로 칼, 방패, 독수리 날개 등 여러 가문의 상징을 섞어 만든 문양”이라며 “다만 빈센조가 한국에서 사용하는 라이터에는 악마 문양을 넣어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는 드라마 부제를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세심하고 대담한 공간 연출은 빈센조가 호평을 받는 데 큰 몫을 했다. 이 드라마 연출을 맡은 김희원 감독은 영상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돈꽃’(2017년)과 ‘왕이 된 남자’(2019년)의 메가폰도 잡았다. 한 미술감독은 김 감독과 함께 두 작품 제작에 참여해 영상미의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욕심이 난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빈센조#한지선#미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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