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책은 언제” 독자들이 기다리는 시리즈 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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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말잇기 제목 눈길 ‘말들의 흐름’
올해의 책 선정 ‘예술가들의 파리’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흔히 듣는 질문을 나 역시 줄곧 들어왔다. ‘왜 안 마셔?’ 하는 질문. (…) 그렇게 묻는 사람은 아마도 애주가는 아닐 것이다. 애주가라면 자기가 마시는 술과 기분이 중요하니 굳이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

에세이 ‘술과 농담’(시간의 흐름)의 저자로 참여한 소설가 편혜영은 술과 관련한 자신의 단상을 이렇게 썼다. 이어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사람이 억지로 술을 축내는 걸 서운히 여겨야 진짜 애주가’라는 농담 같은 주장을 진지하게 펼친다.

이어지는 두 번째 저자인 소설가 조해진은 이런 ‘농담론’을 펼친다. “내게는 농담이 거짓말의 동의어가 아니라 진담의 다른 버전일 뿐이다.”

최근 독자와 출판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시리즈가 있다. ‘말들의 흐름’ 시리즈다. 출간된 책 전부가 3쇄 이상을 찍을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술과 농담’은 7번째 책이다. 두 소설가 외에 시인과 소설가 4명이 각자 술과 농담에 대한 생각을 여러 편의 산문으로 풀어놨다. 저자 한 명이 쓴 이전 시리즈와 달리 유명 작가들이 여럿 참여하며 더 큰 관심을 받았다. 1일 출간된 이 책은 인터넷서점 알라딘 에세이 분야 판매 17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아직 낯선 1인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이 시리즈가 회차가 거듭되며 입소문을 타게 된 이유는 ‘제목으로 하는 끝말잇기’라는 독특한 콘셉트 때문이다. 앞 저자가 두 개의 낱말을 제시하면 그 다음 저자는 뒤의 낱말에다 새 낱말을 이어 붙이는 식이다. 지난해 3월 ‘커피와 담배’(정은)로 시작한 시리즈는 ‘담배와 영화’(금정연), ‘영화와 시’(정지돈) 등으로 이어져 7번째 책까지 왔다. 이번 책 뒤의 낱말에 이어지는 다음 책 제목은 ‘농담과 그림자’(김민영)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콘셉트나 디자인과 같은 겉포장에만 치중하지 않았다는 게 시리즈가 이어지며 증명됐다. 소설가 정지돈의 책은 단행본으로 출간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깊이 있는 예술 에세이”라고 말했다.

최선혜 시간의흐름 대표는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커피와 담배’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한 시리즈다. 미등단 작가도 많이 소개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미등단 에세이스트인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이 2만 부 넘게 팔리며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현암사에서 펴내고 있는 인문서 시리즈 ‘예술가들의 파리’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시리즈는 지난해 출판문화 연구단체 ‘책을만드는사람들’이 ‘올해의 책’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단체는 매년 9개 부문에서 ‘올해의 책’을 꼽고 있다. 현암사는 수상 이후 지난달 4번째 책을 출간했다.

시리즈는 예술사상 가장 역동적이었던 시기로 꼽히는 19세기 말∼20세기 초 프랑스 파리를 무대로 하고 있다. 1870년대 파리 코뮌 당시 빅토르 위고가 어떤 정치적 행보를 걸었는지, 1929년 세계 경제 대공황이 지나고 친구 관계였던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의 관계가 어떻게 엇갈리는지 등 역사 속 인물로서의 소설가, 시인, 화가들의 면면을 상세히 서술했다. 책의 저자 메리 매콜리프는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딴 역사학자다.

김호주 현암사 성인팀 편집자는 “인문서라 재쇄만 찍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부 책은 4쇄까지 찍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좋은 책을 출판계와 독자 모두가 알아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끝말잇기#말들의 흐름#예술가들의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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