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100권 펴낸 ‘SF소설의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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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전문 출판사 ‘아작’ 최재천 편집장
해마다 평균 16권씩 출간
“일상 뒤집는 게 SF의 매력
국내 팬 꾸준히 늘어날 것”

최재천 아작 편집장은 “국내 신인 작가의 SF 소설을 100번째 책으로 하는 게 의미도 있고 출판계의 흐름과도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최재천 아작 편집장은 “국내 신인 작가의 SF 소설을 100번째 책으로 하는 게 의미도 있고 출판계의 흐름과도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장르문학이 아니라면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방식의 전복이 공상과학(SF) 소설에선 가능하다.”

최재천 아작 편집장(50)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F는 상상도 못 한 세계를 창조해 일상을 뒤집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경외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5년 10월 SF 전문 출판사를 표방하며 설립된 아작은 100번째 책 ‘중력의 노래를 들어라’를 12일 출간했다. 설립 초만 해도 1년에 10권 정도 내면 많이 내는 걸로 봤지만 국내 SF 팬층이 두꺼워진 덕에 매년 평균 약 16권을 선보이고 있다.

최 편집장은 “출판사를 차리기 전 편집 디자인 회사에서 10여 년간 일했다. 3000권 넘게 책을 디자인하다 보니 직접 책을 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SF 전문 출판사를 세우려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다. 역사가 오랜 출판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신생 출판사가 새로 개척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 보니 SF를 선택하게 됐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프랑스 만화가 장 지로(1938∼2012)의 SF 만화 ‘아르작’에서 출판사 이름을 따왔다. 그는 “일반 독자들처럼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재밌게 읽는 수준이었지 SF를 특히 좋아하진 않았다. 초기에는 교정이나 교열부터 SF 분야까지 공부할 게 많았다”고 했다. 프랑스 작가 베르베르는 ‘개미’ ‘신’ 등 베스트셀러 장르소설로 큰 인기를 끌었다.

“10만 부짜리 한 권을 만들려고 애쓰기보다 3000부 정도 나가는 책 30권을 만들자”는 그의 성실함에 독자들도 반응했다. 그는 “첫 2∼3년은 책을 팔아서 번 돈을 책을 만드는 데 모두 투입했다”며 “지금은 100권이 모두 무난하게 2000∼3000부씩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코리 닥터로, 코니 윌리스 등 해외 작가의 번역서를 주로 펴냈다. 하지만 국내 SF 저변이 넓어지면서 국내 작품 비율이 최근 약 30%까지 높아졌다. 최 편집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국내 SF 팬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SF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가까운 미래 혹은 현재의 이야기로 읽히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과거에는 SF에서나 볼 수 있던 초유의 팬데믹 상황을 직접 경험한 이후에는 더 그렇겠지요.”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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