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헌혈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고?”

명민준 기자 입력 2021-04-28 03:00수정 2021-04-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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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자 2000명 모아 신기록 도전”… 대구의 한 대학 엇박자 행보 구설수
대구 동구 ‘10억원대 분수대’ 논란… 경북교육청은 ‘비축용 마스크’ 빈축
27일 대구의 한 대학 컴퓨터실에서 한 학생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헌혈 행사 모집 공고를 보고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좋은 취지는 알겠는데 하필 이 시국에 꼭 해야 합니까.”

대구의 한 대학 언론영상학전공 3학년 A 씨(21)는 최근 대학 홈페이지 게시글에 올라온 헌혈 행사를 확인한 뒤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혈액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학교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돕자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처음에는 동참하려고 했지만 행사 당일 하루 한꺼번에 수천 명을 동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기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강의도 제대로 못 듣는 상황인데 대학이 현실을 역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심각해지는 가운데 대구경북 일부 기관들이 방역수칙에 어긋날 수 있는 행사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의 한 대학은 21일부터 재학생과 교직원, 교수 등 구성원을 대상으로 사랑의 헌혈 행사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행사는 다음 달 17일 하루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한다. 27일 오전 현재 홈페이지에 340명이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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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사 당일 헌혈자 2000∼3000명을 모아 기네스북 한국 기록에 도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교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직원은 “내부적으로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나눠졌는데도 해당 부서가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생각한다. 목표 인원에 도달하기 위해 구체적인 동원 방법까지 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학 측이 30만 원 상당의 블루투스 이어폰까지 경품으로 내걸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 여학생은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의구심이 드는 이벤트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일부에선 조건부 찬성 의견도 있다. 한 재학생은 “최소 일주일 이상 헌혈 날짜를 나눠서 하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은 행사 당일 혈액의 모든 성분을 뽑는 전혈을 진행한다. 전혈은 사전 상담과 체온 및 혈압측정, 채혈, 휴식까지 30분 이상 걸린다. 대기 시간에 헌혈자가 몰리면 밀접 접촉이 불가피해 방역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 관계자는 “대구시 등에 의뢰해 방역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며 “헌혈 장소는 캠퍼스 8곳으로 분산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동구도 최근 청사 앞 분수대를 건립하려고 10억 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가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국·시비 없이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면서 비난 여론이 커졌다. 한 주민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형편에 맞지 않는 10억 원짜리 분수대를 만드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결국 동구는 최근 사업을 포기했다.

경북도교육청은 최근 장애인의 날(20일)에 비축용 마스크를 나눠줘 논란이다. 이날 도교육청은 지역 특수 및 일반 학교 장애인 학생 5237명에게 개인당 10장씩 5만2370장의 마스크를 지급했다. 각 지역 교육지원청과 학교에서 비상 상황을 대비해 보관했던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는 “장애인 학생에게 이유 없이 호혜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차별과 편견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위기 속에 비축용 마스크를 사용한 것은 교육감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코로나19#헌혈#방역수칙#비축용 마스크#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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