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무게 줄여 연료비 절감” 새 LCC 에어로K 야심찬 첫 비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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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 좌석 도입해 운영비 아끼고 좌석수 더 늘려 수익은 극대화
기내 서비스 대신 요금 내리고 첫 취항 행사도 홍보 대신 내실
코로나 영향 해외노선 막혀 차질… 취항도 하기 전에 비상경영 상황
6월 취항 에어프레미아도 안간힘

에어로케이 항공기 좌석. 좌석 두께가 다른 저비용항공사 좌석보다 7.6cm가량 얇아 앞뒤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다. 등받이도 
승객이 앉았을 때 허리와 등을 감싸주도록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됐다. 청주=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에어로케이 항공기 좌석. 좌석 두께가 다른 저비용항공사 좌석보다 7.6cm가량 얇아 앞뒤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다. 등받이도 승객이 앉았을 때 허리와 등을 감싸주도록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됐다. 청주=변종국 기자 bjk@donga.com
15일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AERO-K)의 청주발 제주행 RF605편. 이날은 에어로케이 정기편이 취항하는 첫날, 첫 비행편이었다. 그런데도 승객은 전체 좌석(180석)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통 항공사가 첫 취항을 하면 공짜 표를 뿌리거나 취항지 관계자를 동원해서라도 비행기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에어로케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 위기로 홍보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 시국에 우여곡절을 딛고 항공운항 면허를 받은 지 2년여 만에 정기편 운항에 나선 에어로케이는 조용하지만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보여줬다.

에어로케이가 운영하는 항공기는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A320CEO’였다.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단·중거리 노선에 적합한 항공기다.

이날 탑승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좌석이었다. 이탈리아 GEVEN사에서 만든 경량 좌석. 일반 좌석보다 가벼운 직물과 프레임을 사용했고 디자인을 최대한 단순하게 했다. 좌석당 무게가 8.1kg으로 기존 항공기 좌석보다 30% 정도 덜 나간다.

등받이도 기존 좌석 두께의 절반 수준이다. 덕분에 앞뒤 좌석 간 거리를 넓게 유지하면서도 180석까지 넣을 수 있다. A320CEO은 보통 140∼170석이 들어간다.

에어로케이가 좌석에 공을 들인 건 결국 운영비 절감을 위해서다. 항공기는 무거울수록 연료 소모량이 많아 기름값이 더 든다. 항공기 무게를 최대한 줄이면 연료비를 비롯한 고정 운영비를 아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좌석을 늘려 수익을 올리겠다는 전략을 취했다.

기내 서비스도 최소화했다. 이날 탑승한 객실 승무원들은 안전 및 비행 운항 관련 업무를 제외하고는 다른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국내선에서는 비상 상황을 제외하고는 물도 제공하지 않는다. 필수적인 것을 제외한 각종 기내 서비스를 최대한 줄여 수익을 올리는 해외 LCC 전략을 모델로 삼았다. LCC이면서도 대형 항공사와 비슷하게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다른 LCC와 차별점을 뒀다.

김성천 에어로케이 상무는 “항공료에는 승객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서비스 값이 포함돼 있다. 우리는 과감하게 군더더기 비용을 뺐다. 물도 한 잔 안주냐고 할 수 있겠지만, 대신 저렴한 항공 운임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에어로케이는 2019년 3월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과 함께 항공운송 면허를 획득했다. 그러나 취항을 앞둔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취항이 미뤄졌다. 취항을 위한 각종 인증 작업이 늦어지고 취항하려던 해외 노선도 막히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취항도 하기 전에 순환 휴직, 임금 삭감 등의 조치를 하며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6월에 정규 취항을 앞둔 에어프레미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에어프레미아는 최근 경영권과 지분 약 70%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물류사 등으로 꾸려진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수익 다변화를 위해 여객 분야는 물론 항공 물류 사업에도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LCC들의 자금 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지만, 코로나 피해 업종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은 ‘그림의 떡’이다. 근로자 수 및 차입금 규모 등의 자격 조건이 미달해 지원 신청도 하지 못하고 있다. 플라이강원은 2019년 11월에 신규 LCC 중 가장 먼저 취항했지만, 코로나 직격타로 현재 직원의 3분의 2가 휴직 중이다. 리스 항공기도 조기 반납을 하고 강원도에서 지원을 받으며 버티기에 집중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항공업계가 갑자기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정부와 항공사가 자금 지원 자격 완화 등 장기 생존 플랜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주=변종국 기자 bjk@donga.com
#lcc 에어로k#첫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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