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스트레스가 만든 인조의 귀 통증[이상곤의 실록한의학]〈108〉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입력 2021-04-23 03:00수정 2021-04-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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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귀는 차가운 기관이다. 뜨거운 물건을 만지면 귀를 잡는 것도 귀의 본질이 차기 때문이다. 열을 받으면 귀는 빨개진다. 속마음이 잘 드러나는 곳이다. 속마음에 화가 있거나 분노가 있으면 귀는 소리를 내거나 통증을 유발한다. 한의학에선 귀의 통증을 이통(耳痛) 혹은 이동(耳疼)이라고도 한다.

인조는 이통으로 크게 고생한 대표적인 임금이다. 인조 재위 24년 11월 밤마다 열이 오르면서 귀의 통증이 지속되자 영의정 김자점은 의관들에게 “오랜 치료에도 낫지 않으니 처방을 변경하라”고 요구한다. 사실 인조의 이통은 오래전부터 앓아온 스트레스성 발열과 오한 증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열이 올랐다 추웠다 하는 증세가 반복되는 ‘한열왕래’가 바로 그것. 한의학은 이를 감기나 전염병 등 외부의 원인으로 생긴 상한병과 스트레스, 화병, 갱년기 증상 때문에 발생한 잡병으로 분류한다. 인조는 잡병 계통의 한열왕래를 앓았다.

인조는 반정으로 왕좌에 오른 후 자신도 신하들에 의해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극단적 의심, 분노에 휩싸여 지냈다. 이괄의 난, 두 차례의 호란은 그를 심리적 공황 상태로 몰고 갔다. 한열왕래와 그로 인한 이통은 마음의 병이 만든 것이다. 한열왕래는 이통만을 부른 게 아니었다. 긴장과 불안은 소화기를 수축해 극심한 위장 장애를 일으켰다. 속이 매슥거리고, 신물이 넘어오고, 가슴과 옆구리가 아프고 아랫배가 빵빵해졌다. 급기야 어지럼증이 생기면서 눈이 아득해졌다.

인조는 재위 24년 1월 한열왕래 증상이 심해지는 이유를 전복구이에 든 독 때문으로 결론내고, 3월에는 독살 음모의 배후를 큰아들 소현세자의 부인이자 며느리인 세자빈 강빈으로 지목해 결국 사사한다. 이후 인조는 죄책감과 불안으로 궁궐까지 옮겼지만 한열왕래는 더욱 심해졌고 이로 인해 귓병까지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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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도 이통으로 고통을 겪었다. 숙종은 재위 22년 화가 위로 오르면서 머리가 아프고 귀가 욱신거리는 이동 증상을 호소했다. 특히 소화력이 떨어지면서 밥맛이 없어 죽으로 연명했다. 증상도 인조와 비슷하지만 이유도 비슷했다. 그 또한 자신의 후계자인 경종의 어머니, 장희빈을 사사한 비정한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이통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귀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외이나 중이, 유양돌기에 생긴 염증이나 외부 기압의 변동(비행기)으로도 생기지만 주변 기관에 생긴 염증이 방사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큰 침샘인 악하선 편도염, 인두염, 후두염, 턱관절 질환 등으로 생기는 증상도 있다. 구조적 염증 외에 인조나 숙종처럼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이기도 하다.

치료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발가락 사이에 있는 임읍혈을 자극하거나 목에 있는 흉쇄 유돌근을 따뜻하게 온찜질 해주면 좋다. 구하기는 조금 힘들 수 있지만 황백이라는 약물도 좋다. 인조가 광기를 거두고, 과로와 스트레스로 원인을 직시하고 치료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흘렀을까? 한 국가의 흥망에 있어 지도자의 철학과 믿음이 강조되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건강의 비결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자신이 만든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아내고, 스스로 생각과 습관을 고쳐 나가는 소박한 것이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불안#스트레스#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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