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표현물’ 김일성 회고록 국내 출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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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외선전용 ‘세기와 더불어’
남북교류협 명예이사장이 펴내
대법, 2011년 “이적표현물 해당”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사를 쓴 책 ‘세기와 더불어’(사진)가 국내에서 처음 출간됐다. 이 책은 이적표현물이라는 판결을 받아 논란이 예상된다.

김일성이 저자로 표기된 8권짜리 세트 ‘세기와 더불어’는 교보문고, 예스24 등 국내 대형 서점에서 1일부터 판매 중이다. 이 책을 출간한 민족사랑방은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명예이사장인 김승균 씨(82)가 지난해 등록했다. 김 씨는 사상계 편집장이었던 1970년 ‘오적’ 필화 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세기와 더불어는 1992년 4월 15일 김일성 80회 생일을 계기로 1992∼1997년 평양 ‘조선노동당 출판사’에서 대외선전용으로 발간됐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북한에서 낸 원전을 그대로 옮겼다. 민족사랑방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는 그날까지 중국 만주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생생한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21일 김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남북이 화해하고 통일로 나아갈 계기가 필요하다. 항일투쟁은 남북이 같이한 역사이기에 이를 알리고자 책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2011년 대법원은 정부 허가 없이 방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모 씨가 소지한 세기와 더불어가 이적표현물에 해당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유해 간행물 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유해 간행물로 결정되면 수거, 폐기된다. 지난해 출간된 조선족 작가 유순호 씨가 쓴 ‘김일성 1912∼1945’에서는 세기와 더불어에 대해 왜곡, 과장, 오류가 100곳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세기와 더불어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여겨 출간한 것은 아니다. 사실 여부는 함께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적표현물#김일성 회고록#국내 출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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