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손민수(44), 2015년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 문지영(26). 두 스타 피아니스트가 함께 호흡을 맞춰 협주곡을 연주한다.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764회 정기연주회 ‘새 생명의 전령’에서 두 사람은 브루흐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협연한다.
고전주의 이후의 협주곡은 대부분 독주자 한 사람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형태. 베토벤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3중 협주곡과 브람스의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 등이 예외로 꼽힌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으로는 모차르트, 스트라빈스키, 풀랑크 등의 작품이 있지만 콘서트 무대에 오르는 일은 흔하지 않다. 이번에 공연되는 브루흐의 협주곡은 그가 죽기 9년 전인 73세 때 미국의 자매 피아니스트 ‘수트로 듀오’를 위해 쓴 만년의 작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나 ‘스코틀랜드 환상곡’ 등 브루흐의 인기곡들에 비해 해외에서도 연주되는 일이 드물다.
두 사람은 “5년 전부터 서로의 연주를 접할 때마다 감탄했다”고 말했다. 손민수는 “문지영이 여러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자주 연주를 봐왔다. 자기 색깔이 뚜렷하면서 성실한 피아니스트다. 함께 합주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말했다. 문지영도 “한예종 재학 시절부터 존경해왔던 손민수 교수와의 연주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연주할 브루흐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에 대해 손민수는 “브루흐는 바이올린 협주곡과 ‘스코틀랜드 환상곡’ 등 현악 작품에 명곡이 많지만 피아노곡은 많지 않아 피아니스트들이 동경하기만 하던 대상”이라고 말했다. “두 대의 피아노가 뚜렷한 색깔로 겨루기보다는 오케스트라와 하나로 융합되는 작품이죠. 1악장과 4악장에서는 바흐에게서 영향을 받은 푸가적인 특징들도 느낄 수 있습니다. 연습하다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문지영은 “발표된 뒤 반세기 이상이나 잊혀졌던 곡이지만 브루흐 특유의 낭만적 정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연주가 잘 되지 않는 만큼 이 아름다운 곡을 청중에게 소개하는 데 대한 책임감이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는 터키 보루산 이스탄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지낸 사샤 괴첼이 지휘봉을 든다. 바그너 악극 ‘지크프리트’ 중 ‘숲의 속삭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과 ‘장미의 기사 모음곡’도 연주한다. 1만∼8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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