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농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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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하남마을 이장 윤영준 씨
전남복지모금회에 1억원 기탁

전남 나주시 남평읍 하남마을 윤영준 이장(가운데)은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탁해 나주에서 두번째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나주시 제공
전남 나주시 남평읍 하남마을 윤영준 이장(가운데)은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탁해 나주에서 두번째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나주시 제공
“농민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고 하니 다들 놀라더군요. 인생 늘그막에 좋은 일 한번 한 것뿐인데요. 허허.”

시골에서 한평생 농사를 지어 온 70대 어르신이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 하남마을 이장 윤영준 씨(74)는 9일 나주시청에서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탁했다. 윤 씨는 나주에서는 두 번째이자 전남에서는 107번째 아너 소사이너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윤 씨는 5년 전부터 기부를 결심했다. 남에게 빌린 3만3000m² 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렵게 살아가는 주변 이웃을 돕기 위해 조금씩 기부금을 모아왔다.

벼 수매한 돈을 통장에 모았는데 병원비 등으로 지출이 생기다 보니 좀처럼 1억 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토지를 팔게 돼 1억 원을 생각한 것보다 일찍 모을 수 있었다.

윤 씨는 “나 자신과의 약속과 의지를 묵묵히 지지해준 아내와 아들딸들이 있어 마침내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며 “주위에서 기탁 소식을 듣고 ‘국회의원 출마하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고 웃었다.

고향인 하남마을에서 23년째 이장을 맡아 온 윤 씨는 20여 년 전부터 기부와 장학사업에 앞장서 왔다. 2005년에는 고향의 강 이름을 딴 ‘드들장학회’를 지인 16명과 만들어 해마다 학생 3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지금껏 총액으로 4000만 원이 넘는다. 마을 부녀회장 등으로 구성된 남평농협 ‘9988봉사대’에도 도움을 줘 홀로 사는 노인에게 김장을 전달할 때 매년 배추 1000여 포기를 보태고 있다.

윤 씨는 “농업인으로서 지역사회를 돕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진 이웃들을 위해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나주시#농부#아너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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