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블랙홀, 예상보다 더 멀리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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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자리 X-1’ 블랙홀 분석 결과
기존보다 1100광년 더 멀리있고
질량도 무거워 학계 예측 뒤집어

백조자리 X-1 블랙홀은 인류가 처음 발견한 블랙홀이다. 1964년 강한 X선을 뿜는 천체가 백조자리에서 확인된 이후 블랙홀이 맞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블랙홀 연구로 유명한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킵 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명예교수는 1974년 백조자리 X-1이 블랙홀인지 아닌지를 두고 내기를 하기도 했다. 이후 관측 자료를 통해 블랙홀 존재가 입증되면서 1990년 패배를 인정한 호킹 박사가 손 교수에게 미국 성인잡지 ‘펜트하우스’ 1년 치를 줬던 일화는 유명하다.

30년 전만 해도 블랙홀 여부도 가려내기 어려웠던 인류의 관측 기술이 지금은 위치와 질량까지 정확히 알아낼 정도로 발달했다. 한국 천문학자를 포함한 호주와 미국, 중국 공동 연구진은 백조자리 X-1 블랙홀을 정밀 측정한 결과 지구에서 거리가 기존에 알려졌던 6100광년보다 먼 7200광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18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또 이 블랙홀 질량이 태양 질량의 21배로, 기존에 알려진 질량보다 1.5배 무겁다는 사실을 함께 알아냈다고 소개했다. 이번 연구에는 변도영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과 정태현 선임연구원, 김정숙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이 참여해 블랙홀 위치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연구를 함께 수행했다.

백조자리 X-1은 별이 내부 수소 에너지를 모두 태워 소모한 뒤 중력을 이기지 못해 수축하며 만들어진 별 질량 블랙홀이다. 태양 질량의 60배에 달하는 별이 붕괴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홀 중에는 비교적 작은 편에 속한다. 2019년 전 세계에 영상으로 존재를 처음 드러낸 블랙홀인 ‘처녀자리 M87’은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블랙홀이다.

X-1은 함께 도는 천체인 ‘짝별’(동반성)을 갖고 있다. 두 천체는 태양과 지구 사이 5분의 1의 거리에서 서로를 5.6일마다 한 번씩 돈다. 이 블랙홀은 동반성이 내뿜는 물질을 빠르게 흡수하며 X선을 내뿜는다. 천문학자들이 이 X선을 보고 블랙홀의 존재를 예측한다.

연구팀은 미국 본토와 하와이에 펼쳐진 10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초장기선전파망원경배열(VLBA)로 2016년 5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블랙홀에서 나오는 전파신호를 관측해 블랙홀의 위치와 크기를 추정했다. 두 물체의 위치를 토대로 다른 물체의 위치를 추정하는 삼각법을 썼다. 정태현 선임연구원은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주변을 장기간 관측해 위치가 정밀한 은하와 블랙홀을 매일 번갈아 관측하고 지구의 움직임을 대입하면 블랙홀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관측된 X-1의 질량은 기존 별 형성 이론을 깼다. 천문학자들은 별이 블랙홀이 되는 과정에서 별 표면에서 질량이 방출하는 항성풍으로 인해 태양 질량의 5∼15배 정도로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해 왔다. 연구를 주도한 제임스 밀러 존스 호주 커틴대 교수는 “무거운 별이 블랙홀이 되기까지의 별 형성과 성장 과정을 새롭게 밝히는 증거”라며 “블랙홀을 연구하는 것은 우주에서 가장 비밀로 유지되는 우주에 빛을 비추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도 블랙홀 관측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천문연은 강원 평창에 국내 4번째 전파망원경을 지어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의 성능을 2배로 높일 계획이다.

2024년까지 구축 예정인 4번째 전파망원경은 230GHz(기가헤르츠) 고주파를 관측할 수 있어 처녀자리 M87을 촬영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의 차기 프로젝트인 동영상 관측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선임연구원은 “KVN으로 백조자리의 다른 블랙홀인 X-3도 관측하는 등 블랙홀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인류#발견#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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