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다치고 지게차 자격증 땄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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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리그 MVP 하남시청 박광순
사상 첫 3시즌 연속 득점왕
PO 못 오른 팀서 처음 뽑혀

15일 끝난 핸드볼리그는 두산의 통산 아홉 번째 남자부 정상 등극으로 결말이 났다. 2011년 출범 이후 열 번째 시즌을 치르는 동안 90%의 우승 확률을 기록해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명성을 이어갔지만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다.

두산 선수들이 독식하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타이틀 주인공이 바뀐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하남시청 박광순(25·사진)은 이번 시즌 사상 첫 3년 연속 득점왕에 오른 데 힘입어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득점왕 ‘3회’는 핸드볼리그 통산 득점 1위(622점)인 정수영(36·일본 다이도스틸)과 동률이다. 하지만 ‘3연속’은 박광순이 최초.

이번 시즌 하남시청은 4위에 그쳐 플레이오프(PO) 진출이 좌절됐다.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친 박광순은 PO 탈락 팀 출신 최초의 MVP라는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2018년 실업무대에 데뷔해 첫 시즌부터 득점왕에 오른 그는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겸손해했다.

박광순을 앞세운 하남시청은 ‘어우두’를 위협할 강팀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들었다. 두산은 이번 시즌 4패를 당했다. 이 가운데 2패가 하남시청에 맞은 일격이었다. 하남시청이 두산에 처음 승리(25-24)한 지난달 9일 박광순은 양 팀 최다인 7점으로 펄펄 날았다.

박광순은 “책임감을 느꼈던 해”라고 한 시즌을 마감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초 공을 던지는 오른쪽 어깨에 충돌증후군 등의 부상을 입어 핸드볼을 관둘 생각에 지게차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활한 끝에 부상을 극복한 뒤 최고 선수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힘든 날도 있어야 반대로 좋은 날도 온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하남시청의 창단 첫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이끌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비시즌이면 고향인 충북 진천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 가장’으로서의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입단 당시 맺은 3년 계약이 끝나 새 계약을 앞둔 박광순은 “연봉도 ‘많이’ 받고 싶다”며 씩 웃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핸드볼리그#하남시청#박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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