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커지는 ‘학폭 미투’…“눈물로 바가지 채우라” 또다른 女배구선수 가해 폭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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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다영 자매 무기한 출전정지
배구협 “국가대표 선발서도 제외”
文대통령 “체육계 폭력 근절 노력을”

배구계를 강타한 ‘학교폭력(학폭)’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학폭 가해자로 물의를 빚은 쌍둥이 자매 이재영 이다영 선수(25)는 무기한 코트에 설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스포츠 인권 문제 근절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소속팀 흥국생명은 15일 “사안이 엄중한 만큼 해당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를 결정했다”며 “두 선수는 자숙 기간 중 뼈를 깎는 반성은 물론이고 피해자분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비는 등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트 복귀 시점에 대해선 “피해자와 팬들이 용서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대한민국배구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학교폭력 사태로 인해 많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학폭 가해자는 향후 모든 국제대회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두 선수는 올해 7월로 예정된 도쿄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 수 없게 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체육 분야는 그동안 국민에게 많은 자긍심을 심어줬다. 하지만 그늘 속에선 폭력이나 체벌, 성추행 문제 등 스포츠 인권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런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눈물로 바가지 채우라 시켜” 또다른 女배구선수 가해 폭로
이재영 이다영 선수에게 징계가 내려졌지만 학폭의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 징계 수위가 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여자 배구 학폭 사태 진상 규명 및 엄정 대응 촉구’ 글에는 15일 오후 10시 현재 11만 명 가까운 사람이 동의했다. 흥국생명 측은 “출전 정지 기한을 정해 놓는 것보다 무기한 출전 정지가 더 무거운 징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기 복귀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전부터 구단 사무실에는 항의성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구단은 출전 정지 징계에 따라 두 선수의 잔여 연봉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 입단한 이재영 선수의 연봉은 6억 원, 이다영 선수의 연봉은 4억 원(이상 옵션 포함)이다. 흥국생명 본사 인근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설치된 두 선수와 김연경 선수, 박미희 감독 등의 사진이 실린 대형 광고판이 철거되기도 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두 선수의 어머니이자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배구 대표 선수 출신인 김경희 씨가 2020 배구인의 밤에서 수상한 ‘장한 어버이상’을 취소했다. V리그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도 16일 학폭 근절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선수들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다른 선수에게 학폭 피해를 입었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14일 경기 소재 초중학교 배구부에서 또 다른 여자부 선수에게 학폭 피해를 입었다는 글도 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는 글쓴이는 중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매일매일이 지옥이었다. 울면 바가지를 가져와서 눈물을 다 받으라고 (시키고), 눈물 콧물 침을 뱉어서라도, 오줌을 싸서라도 채우라고 했다. 아빠 욕을 한 날은 너무 힘들었다”고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또 “지금 TV에서 세상 착한 척하는 그 사람을 보면 참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이재영 이다영 선수와 남자부 OK금융그룹의 송명근(28) 심경섭(30) 선수의 중고교 시절 학폭 피해가 폭로된 데 이어 다른 배구단들도 추가 학폭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전수조사를 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로 스포츠 단체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각 프로팀 산하 유스팀을 상대로 학폭 관련 교육을 실시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체육계가 공정 가치의 불모지대나 인권의 사각지대가 될 수는 없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도록 저희도 다시 챙기겠다”고 말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박효목 기자
#파문#배구계#학폭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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