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전쟁에 복귀한 미국[글로벌 이슈/신수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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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가운데)이 ‘지구의 날’인 4월 22일 각국이 참여하는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그는 이날 기후변화 대응을 연방정부의 우선 과제로 격상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대통령(가운데)이 ‘지구의 날’인 4월 22일 각국이 참여하는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그는 이날 기후변화 대응을 연방정부의 우선 과제로 격상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신수정 국제부 차장
신수정 국제부 차장
“미국은 지난 4년을 허비했기 때문에 겸손한 마음으로 기후변화를 상대로 한 전쟁에 복귀하고자 한다.”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가 1월 27일 다보스 어젠다 2021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Mobilizing Action on Climate Change)’ 세션에 참석해서 한 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식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 5개월 만에 탈퇴를 선언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 전에 “우리는 이제껏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기후변화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 친환경 에너지 100% 전환, 2050년 탄소중립 선언 등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정책으로 삼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연방이 소유한 토지, 수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금지하는 행정명령도 내렸다.

기후변화 전쟁에 다시 뛰어든 미국의 귀환을 계기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Net-Zero)’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 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것을 말한다.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뛰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2019년 12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유럽 그린딜’을 발표했다. 독일 프랑스 덴마크는 2050년, 스웨덴 2045년, 핀란드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한국 일본 중국도 속도를 맞춰 동참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2050년,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했다. 지금까지 70여 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각국 정부와 소비자의 거센 요구에 직면한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서는 좋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도 없고, 소비자와 투자자로부터 외면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난해 7월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유니레버 스타벅스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협력체를 만들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공유하고 협력해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애플(2030년), 구글(2030년), 아마존(2040년), GM(2040년) 등도 탄소중립에 동참했다.

탄소중립 관련 산업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은 물론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녹색 기술의 힘’에서 “지난 10년 동안 에너지 저장 기술이 발달하고 풍력 및 태양열 발전 비용이 줄어들면서 탄소중립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정밀한 인공위성 센서는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배출하는 주범을 찾아낼 수도 있는데 이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실효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해다. 당장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각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기후정상회의가 열린다.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확대 논의 등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포럼(WEF) 주최로 1월 열린 다보스 어젠다 2021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심화된 양극화를 해소하고 전 세계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 뉴딜이 대대적인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녹색 회복(Green Recovery)을 위해 전 세계가 투자하고 있는 10조 달러의 돈은 낭비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녹색 회복 과정에서 2030년까지 연간 39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은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막을 뿐 아니라 극심해진 불평등 문제의 해법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바이든#기후변화#존 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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