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가 진짜 황금기를 열려면[현장에서/강홍구]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입력 2021-02-09 03:00수정 2021-02-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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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 아웃의 경계선에 놓인 배구공. 여자 배구가 진짜 황금기를 열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동아일보DB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7일 들려온 소식은 배구 코트를 얼어붙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이날 경찰에 모 여자 프로배구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 0시 무렵 해당 선수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동료 선수가 발견했다고 한다. 8일 해당 구단에서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대신 “선수는 상태를 회복해 퇴원 후 가족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선수의 건강이 괜찮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그를 곁에서 지켜본 동료 선수가 극단적 선택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평소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음을 느끼게 한다.

요새 여자 프로배구 앞에는 ‘황금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시청률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2020∼2021시즌 여자부 전반기 평균 시청률은 1.17%로 지난 시즌 같은 기간(1.07%)보다 0.10%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11월 15일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경기는 역대 정규리그 최다인 2.22%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시청률을 뛰어넘는 경기도 나오고 있다. 대형 인기 스타가 쏟아지고 있고 팀, 선수 간 라이벌 구도 등 스토리라인도 풍성해진 덕분이다.

그러나 그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새까맣게 곪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경우만 봐도 그렇다. 해당 선수가 플레이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선 비난의 목소리로 힘겨워했다는 건 배구계에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악성 메시지로 힘들어하는 선수도 너무나 많다. 지난해 여름 한 여자 선수를 떠나보낸 바 있다. 팬덤이라는 이름 아래 삐뚤어진 팬심으로 응원 대상인 선수를 오히려 곤란에 빠뜨리는 일도 많다.

구단, 연맹 차원에서 심리 상담,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가깝다는 평가다. 주위의 관심이 높다 보니 지나치게 성적과 흥행에만 매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불화, 왕따 논란 등은 팀워크가 생명인 배구 선수들 스스로가 돌아봐야 할 문제다. 언론 또한 이를 자극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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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가 황금기를 맞았다고는 하나 그 텃밭은 부실해지고 있다. 지난해 봄 경기 안산 원곡고 배구부가 해체됐다. 현재 여고 배구부는 17개만 남았다. 선수들의 기량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지난해 실시한 여자프로 신인 드래프트는 역대 최저 지명률인 33.33%를 기록했다. 선수 육성은 물론이고 관리까지 여자 배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짜 황금기를 열기 위해선 하루빨리 건강한 토양을 구축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wind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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