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너도나도 보편적 지원금, 지자체의 마구잡이 퍼주기 경쟁

동아일보 입력 2021-02-09 00:00수정 2021-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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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동시 지급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 울산 등 광역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기초지자체들이 자체적인 보편 재난지원금 지급에 속속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정도, 재정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옆 지자체와 비교해 “우린 왜 안 주느냐”며 주민들이 항의하는 지자체도 많다고 한다.

예산 1조4000억 원을 들여 도민 1인당 1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을 나눠주기로 한 경기도에선 1주일 만에 도민 절반 이상이 지원금을 신청했다. 울산에선 전체 46만8500가구의 60%가 지원금을 받아갔다. 시장이 공석인 서울시는 이달 초 1조4852억 원을 ‘선별’지급하는 방침을 밝혔다가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시의원들이 보편지급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각 5만 원씩 분담해 시민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하자는 아이디어까지 제시돼 서울시장 보궐선거 간접지원이란 비판이 나온다. 226개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25곳도 보편지원 행렬에 합류했다. 나머지 지자체장들은 내년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의식해 주민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재정만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주민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은 필요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 59%인 경기도, 52%인 울산 등 사정이 나은 지자체가 앞장서 보편지원을 치고나가고 다른 지자체들은 대개 형편이 안 되는데도 무리하게 따라 하다 보니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전국 광역시도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전남에선 22개 기초지자체 중 12곳이 1인당 10만∼25만 원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했다. 대부분은 재정자립도 10% 안팎이다. 이렇게 부족한 재정에서 지원금을 빼 쓰다 보니 자연재해 대비용으로 쌓아두는 광역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이 지난해에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작년 전국의 지자체들이 지역주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 7조3841억 원 중 72%인 5조2913억 원이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보편지원에 쓰였다. 풀린 돈이 지역의 소비 진작에 일부 효과가 있다 해도 전 주민에게 용돈처럼 돈을 나눠주는 건 코로나19 피해의 긴급구제란 재난지원금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자체장이라면 “주민 요구여서 어쩔 수 없다”라고 변명만 해선 안 된다. 현금 살포를 통한 ‘표(票)퓰리즘’ 유혹을 이겨내고 피해가 큰 이들에게 지원이 집중되도록 주민들부터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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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재난지원금#더불어민주당#기획재정부#코로나19#재난기본소득#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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