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작가 등용문 된 ‘크라우드 펀딩’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2-03 03:00수정 2021-02-0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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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없는 작가들 펀딩 사이트 통해 후원금 받고 출간
‘죽고싶지만 떡볶이…’ 백진희 작가 대표적
출간後 베스트셀러 “펀딩 후원자들이 열혈 독자가 된다”
이미예 작가는 텀블벅에서 소설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를 후원한 이들에게 직접 제작한 머그컵(위 사진)을 책과 함께 배송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정식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텀블벅 제공
“요즘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출간할 만한 작품을 찾는 게 일이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자신의 일상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 편집자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출간한 작품들은 최신 트렌드에 기민한 2030세대의 입맛에 딱 맞아 판매량에도 도움이 된다”며 “제안이 늦으면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이미 맺은 경우가 잦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텀블벅, 와디즈 등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화제가 된 작품을 출판사들이 출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본이 부족한 이들이 자신이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법이다. 벤처기업에서 주로 사용했지만 게임 공연 사진 영화 음악 등 문화 예술인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많이 활용하고 있다. 특히 무명작가들이 펀딩을 통해 자신이 쓴 글에 대한 후원을 받은 뒤 출간해 성공하는 경우가 늘면서 출판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백진희 작가가 우울증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과정을 담은 에세이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2018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올라온 뒤 인기를 끌어 2000만 원이 모였다. 같은 해 6월 출판사를 통해 종이책으로 출간된 뒤에 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출판계에선 크라우드 펀딩의 신화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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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들은 책과 함께 ‘굿즈’를 배송하며 후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미예 작가는 텀블벅에서 자신이 쓴 소설에 대한 후원자를 모집했다. 후원한 이들에겐 독립 출판한 책과 메모지, 스프링노트, 머그컵 등을 직접 포장해 배송했고, 목표금액인 100만 원의 18배가 넘는 1812만 원이 모였다. 지난해 7월 출판사를 통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이 출간된 후 30만 부가 팔렸다.

우리나라의 요괴에 대한 정보를 모은 ‘한국요괴대백과’와 페미니즘 서적 ‘사표 내지 않는 여자들을 위한 야망안내서’는 각각 1억 원, 7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모으며 독립출판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크라우드 펀딩의 영향력이 커지자 출판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 출판사는 1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회의 때 꼭 최근 인기 있는 크라우드 펀딩 작품 출간 여부를 논의한다. 유명 저자를 접촉하는 대신 매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접속해 인기를 끄는 프로젝트를 찾는 게 유용하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출간을 팬덤 문화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김명래 쌤앤파커스 편집자는 “후원자들이 종이책 출판 이후에도 홍보를 자처하는 열혈 독자가 된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크라우드펀딩#스타 작가#등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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