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분야 ‘창업사관학교’로 떠오르는 UST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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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 명의 석박사 학생들
대덕특구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서 46개 융·복합 전공하며 실무 경험
“혁신적 리더는 창업에 앞장서야”… 학교는 3개 트랙 맞춤형 과정 개설
창업휴학제도 만들어 창업 독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창업동문의 날 행사에서 졸업생인 김영진 테솔로 대표가 동문 기업인들에게 회사의 문제해결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UST는 창업동문의 날 행사를 통해 재학생들의 창업 마인드를 제고한다. UST 제공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창업동문의 날 행사에서 졸업생인 김영진 테솔로 대표가 동문 기업인들에게 회사의 문제해결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UST는 창업동문의 날 행사를 통해 재학생들의 창업 마인드를 제고한다. UST 제공
벤처기업 테솔로(Tesollo)의 김영진 대표(30)는 최근 비대면 선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김 대표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석사 과정 중 2017년 6월 이 회사를 창업했다. ‘일상에 존재하는 불편의 해결’이 모토였던 그는 2016년 UST 로보틱스 및 가상공학 전공에 입학했다. 재학 시절 SK의 청년비상 창업동아리 프로그램에 참여해 꿈에 한 발씩 다가갔다.

선결제 서비스 외에도 모션 프리젠터 등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잡지 포브스가 2019년 선정한 제조·에너지 분야 ‘영향력 있는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말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 제2기 위원으로 위촉됐다.

김 대표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학 시절 첨단 연구시설과 장비를 활용할 수 있었고 연구현장 캠퍼스에서 최고 수준의 박사급 연구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어 창업에 유리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말대로 UST는 창업하기에 좋은 환경과 프로그램을 두루 갖추고 있다.

우선 UST는 캠퍼스가 연구현장이라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본원은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 안에 있지만 캠퍼스는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전국 32개 정부출연연구기관에 흩어져 있다. 1300여 명의 UST 석박사 학생들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기초과학연구원 등 국내 최고의 연구진들이 밀집된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46개 융·복합 전공을 공부한다. 1100여 명의 교수 가운데 상당수는 이들 연구기관의 박사급 연구원들로 채워진다. UST 관계자는 “학생들은 이론학습 외에도 현장연구 교과목을 통해 다른 연구기관이나 민간업체의 프로젝트에도 참여 한다”고 말했다.

다양하고 탄탄한 창업프로그램들은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준다. 학교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4주간의 신입생 예비교육에서 기업가정신과 지식재산 등 창업에 필요한 기본 교육을 받게 한다. 국내외 우수 창업기업 방문과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열어 창업 마인드를 높인다.

창업교육을 담당하는 박정민 교수는 “시제품(Prototype)과 최소기능제품(MVP) 제작 등을 통해 창업 실패 확률을 줄이고 자신감을 높인다”며 “수업시간에 창업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상호 토론을 통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김이환 총장은 학생들에게 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강조하면서 창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기술창업 특화 대학원을 목표로 ‘기업가정신과 혁신 및 창업’ ‘기업가정신과 비즈니스모델 혁신’ ‘기업가정신 혁신과 스타트업’ ‘특허전략(IP-R&D)과 기술 사업화’ 등 풍부한 창업 강좌를 개설했다. 지난해에만 40명의 학생이 창업 기초부터 심화까지 단계별 교육 과정을 밟았다. 학교는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최대 2년간 졸업을 늦출 수 있는 창업휴학제도도 마련했다. 올해부터는 창업자, 연구자, 공통과정 등 3개 트랙의 맞춤형 창업교육 심화과정을 개설했다. 창업자 트랙인 ‘U-STARTers’는 ‘창업교육-창업실습-예비창업-사업화’ 등으로 이어지는 창업의 전주기 교육을 담당한다. 연구자 트랙인 ‘Tech-Bridge’는 기술사업화 역량 강화에, 공통과정 트랙은 지식재산 기반 연구개발(IP-R&D) 방법론에 집중한다.

최근 몇 년 새 학교가 이처럼 창업을 독려하면서 주로 연구기관이나 민간기업에 취업했던 UST 출신 창업자는 21명으로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창업한 하루랩솔루션즈 황석준 대표는 U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캠퍼스에서 나노-정보 융합 전공을 이수했다. 이 회사는 구조나 원리가 복잡해 텍스트나 이미지로 표현하기 어려운 연구와 논문, 과제, 기술에 대한 홍보 영상을 제작해 준다. 2018년 창업한 ㈜에이엠오토노미 신용득 대표와 양현대 이사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구현하는 3차원 공간 매핑 시스템을 선보였다.

창업해 기업을 일군 동문들은 후배들을 이끄는 데 적극적이다. 매년 창업동문의 날 행사에 참석해 창업 마인드를 심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12월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창업동문의 밤에는 곽태진 ㈜유니브이알 대표, 김태영 ㈜인공지능팩토리 대표, 김학진 진온바이오텍㈜ 대표, 엄성민 ㈜데이터리퍼블릭 대표 등이 참여해 재학생들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총장은 “UST 학생들은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적인 리더로서 국가 발전과 사회 혁신에 기여해야 하며 그런 실천의 하나가 창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문지식과 실전 경험, 자신감을 골고루 키우는 UST만의 특화된 창업교육을 잘 설계하고 적용해 학생들이 창업할 마음이 생겼을 때 망설임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과학기술분야#창업사관학교#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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