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1분만 붙이면 마약 성분 검출 OK”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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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팀 ‘패치형 센서’ 개발

피부에 붙이면 땀에 포함된 마약 성분을 1분 만에 검출하는 패치형 센서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정호상 한국재료연구원(KIMS) 나노바이오융합연구실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유연한 단백질 소재와 마약 성분이 내뿜는 고유 신호를 증폭시키는 기술을 결합해 땀 속 마약 성분을 검출하는 패치형 센서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체내 마약 성분을 검출하려면 먼저 검사자의 머리카락, 혈액, 소변 등에서 불순물을 따로 분리한 후 질량분석기로 마약의 고유 분자량을 가진 성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커다란 분석 장비와 숙련된 검사자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소변 내 마약 성분을 검출하는 신속 진단키트가 있지만 일부 성분만 검출할 수 있고 감도도 낮다.

연구팀은 땀에 있는 마약 성분을 검출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땀은 사람이 복용한 여러 약물 성분이 섞여 나오고 채취도 쉽다. 하지만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소량의 마약 성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감도 센서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분자가 나타내는 ‘라만 신호’의 세기를 약 100억 배로 증폭해 검출하는 기술을 활용했다. 라만 신호는 빛 알갱이인 광자가 분자에 부딪히기 전과 후의 에너지 차이를 측정한 것으로, 분자마다 고유한 값을 가지고 있어 레이저를 쬐이는 것만으로도 어떤 분자인지 식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센서를 유연하고 입을 수 있는 소재에 장착했다. 누에고치에서 얻은 천연 단백질을 정제해 용액으로 만들고 이를 두께 16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필름 형태로 만들었다. 필름 위에 마약 성분에서 나타나는 라만 신호를 증폭시킬 때 필요한 250nm 두께의 나노선을 달아 피부에 붙일 수 있는 패치형 센서를 만들었다.

정 선임연구원은 “1분 안에 마약 성분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패치 1개를 만드는 데 500원도 들지 않아 대량의 마약 검사가 필요한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경기 대회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mnchoo@donga.com
#피부#마약#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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