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으로 자라 버릇없던 애들, 이젠 中 주축 선수로”

강동웅 기자 입력 2021-01-29 03:00수정 2021-02-0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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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후베이성 청소년 농구대표팀, 박종천 감독이 2018년부터 지휘
“수비 않고 공격만 하던 습관 바꿔” 우한에 숙소 있어 코로나 직격탄
한때 물-음식 부족 겪은 적도
“‘망아지’ 같던 선수들이 발전하는 걸 보면 정말 보람찹니다. 갖고 있던 농구의 모든 걸 쏟아 붓고 싶어요.”

한국 농구대표 선수를 거쳐 지도자로도 성공시대를 열었던 박종천 감독(61·사진)은 요즘 중국 후베이(湖北)성 18세 이하 청소년 농구대표팀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다. 28일 현지 선수촌에서 훈련 도중 전화로 연결된 박 감독은 원석에 가깝던 유망주들이 기량을 가다듬어 성장하는 모습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3년 전 박 감독이 부임하기 전 후베이성 청소년 대표팀은 형편없었다. 전국대회 본선에는 한 번도 진출해 본 적이 없었다. 농구 인기가 많은 중국이지만 후베이성은 ‘농구의 불모지’ 같은 곳이었다.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기도 쉽지 않았다. 1980년 중국 산아제한 정책에 따라 가정 내 한 자녀로 ‘소황제(小皇帝)’처럼 자라온 선수들은 신임 외국인 감독에게 욕을 하며 대들기도 했다.

선수들이 박 감독을 달리 보기 시작한 건 2018년 처음 출전한 전국 중고교농구대회에서 4위를 하면서부터다. 개인기는 뛰어나지만 팀워크가 부족한 선수들이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하도록 지도하면서 전력이 부쩍 향상됐다. 2019년 중국 청소년 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청소년 대표팀이지만 12명 평균 신장은 195cm에 이르며 2m가 넘는 선수도 3명. 박 감독은 “마치 1 대 5로 농구를 하듯 무리한 개인플레이가 많았다. 그런 선수는 공격 대신 수비만 시키고 패스도 못 하게 했다. 아예 주요 경기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조직력이 살아나고 오히려 이기는 게임이 많아지면서 선수들이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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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이 머무는 후베이성 선수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武漢)에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물과 음식 부족에 시달린 아찔한 경험을 했던 박 감독은 일시 귀국했다가 8월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최근 중국 정부는 다음 달 춘제(春節·중국의 설날)를 앞두고 시민 이동을 자제하는 공문을 냈다. 후베이성 청소년농구연맹은 선수촌 내 감독들의 외출 가능 횟수를 주 3, 4회에서 1회로 줄였다. 답답함 속에서도 박 감독은 9월 열리는 중국 전국체육대회 8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선수들과 땀을 쏟고 있다.

한국 농구 소식에도 늘 귀를 기울인다는 박 감독은 “무관중 경기라 흥이 나지 않겠지만 어디선가 보고 있을 팬들을 위해 한 발이라도 더 뛰면 좋겠다”며 “은퇴 후 해외 지도자에 도전해 보는 일도 의미 있을 것 같다. 그런 꿈이 있다면 언제라도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중국#축구#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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