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천연기념물 ‘저어새’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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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서식지 서해안 갯벌에 시화호-새만금 등 간척 사업
사람들이 보금자리 빼앗아
전세계 4500여 마리 생존
‘1급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2011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개발 당시 한 유수지에 모여 있는 저어새 모습. 새떼 너머 건축 중인 아파트 모습도 보인다. 
저어새는 세계적인 희귀 조류지만 국내에서는 서해안 간척과 갯벌 매립 때문에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동아일보DB
2011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개발 당시 한 유수지에 모여 있는 저어새 모습. 새떼 너머 건축 중인 아파트 모습도 보인다. 저어새는 세계적인 희귀 조류지만 국내에서는 서해안 간척과 갯벌 매립 때문에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동아일보DB
건축용어 중에는 ‘니치(niche)’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리스로마시대의 건축물을 보면 벽을 움푹 들어가게 해 장식물이나 물건을 놓을 수 있도록 한 곳이 있습니다. 그곳이 니치인데, 우리말로는 ‘틈새’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틈새시장(niche market)’이라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니치는 과학에서도 사용됩니다. 생태학 및 동물생물학에서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는 생태계에서 종의 지위를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생태계에서 종이 갖는 지위란 어떤 생태계에서 그 생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가리킵니다. 생물이 살아가려면 여러 환경요인이 작용합니다. 물리적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먹이가 될 생물체들을 구해야 합니다. 사람 같으면 문화적 공간도 필요합니다.

작고 힘이 약한 새 ‘A’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A는 몸집이 작기 때문에 먹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산행을 가서 피리나 호루라기를 불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들은 우리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해서 경고를 하는 것입니다. ‘텃새를 부리다’는 말이 이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 작은 A라는 새가 살아가려면 자신의 ‘니치’를 찾아야 합니다.

딱따구리와 동고비를 예로 들어 봅시다. 딱따구리는 나무줄기 밑동에서 먹이를 찾아 위로 올라가고 동고비는 나무꼭대기에서 아래로 내려옵니다. 딱따구리에 비해 덩치가 작은 동고비로서는 좋은 전략인 셈입니다.

저어새라는 새가 있습니다. 몸길이 75cm에 몸은 하얀색이고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입니다. 주둥이가 길쭉하고 끝이 숟가락같이 생겼습니다. 먹이를 찾을 때 좌우로 저으면서 찾는 습성이 있어서 저어새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등에 사는데 전 세계적으로 4500여 마리가 남아 1급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랑부리저어새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들이 왜 이렇게 줄어들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저어새의 주요 서식지는 서해안 갯벌인데 시화호, 새만금 등의 간척 사업과 인천국제공항, 송도신도시 건설 등의 갯벌 매립사업으로 살 곳을 잃어가기 때문입니다.

저어새를 멸종위기에서 구하려는 노력은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선 생물다양성이 회복되면 생태계가 건강해집니다. 그다음으로는 생태적 지위를 지켜주는 마음이 그대로 인간사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여기 새로 전학 온 B 학생이 있다고 합시다. B는 큰 꿈을 가지고 대도시 학교로 전학을 왔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모두 공부를 열심히 하기 때문에 좀처럼 성적을 올리기 어려웠습니다. B는 너무 괴로워서 항상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 C라는 아이가 B에게 다가왔습니다. C도 멀리서 전학을 왔습니다. C도 성적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C는 B가 왜 힘들어 하는지 금방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둘은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친해졌습니다. 이런 친구 덕분에 B는 마음이 회복되어서 다시 행복하게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B의 성적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공부도 잘된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C는 성적이 좋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C는 성적이 자기보다 훨씬 좋아진 B가 미웠습니다. 그래서 C는 B를 따돌리기 시작합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B와 놀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B는 다시 불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전보다 훨씬 힘들어졌습니다. 그전에는 점심을 같이 먹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제는 B와는 점심을 같이 먹는 친구가 없어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만약 C가 B를 따돌릴 때 얼마나 괴로울지 알고 있다면 이 같은 행동을 할까요? 이 아이가 어떻게 하면 타인의 아픈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저어새처럼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면 이것을 통해서 삐뚤어진 마음을 바르게 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전 세계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드라마 구성, 이야기 전개, 촬영기법, 연기자 수준 등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다만 학생, 학부모 간의 갈등을 지나치게 과장한 드라마도 있습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어느 정도 교육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학교에서 ‘저어새 보존’을 가르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멸종 위기종을 구하는 행동은 다른 사람을 배척하고 경쟁으로 남을 이기려는 마음 대신 이타심을 갖게 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외모, 능력에 상관없이 고귀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생태적 지위입니다. 그 소중한 타인의 틈새를 지켜주려는 마음을 아이들이 꼭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
#저어새#멸종위기#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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