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김정은의 미끼를 물었나[현장에서/박민우]

박민우 정치부 기자 입력 2021-01-14 03:00수정 2021-01-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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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부터 7일까지 이어진 8차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민우 정치부 기자
“북한은 대화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8차 당 대회를 지켜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평가다. 북한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략도발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쏘아 올리지 않았을 뿐, 이번 당 대회에서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발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도발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최대 주적” “전쟁 괴수”로 표현하며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했고, ICBM보다 위협적인 핵무기 장착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개발까지 공식화했다. 남북 관계를 두고는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열병식 등 동향 파악에 나서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기괴한 족속들” “특등 머저리들”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이 핵개발 위협이라는 미끼를 던진 건 결국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급할 게 없다는 태도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끼’를 물지 않기로 결정한 것 같다”며 “김 위원장 연설에 대해 언급을 피하며 대북 정책을 마련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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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몸이 단 건 임기를 1년 4개월 남긴 문재인 정부다. 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고 했다. 비대면 대화를 제안한 다음 날 통일부는 남북회담 영상회의실을 짓겠다고 나섰다. 통일부는 4월까지 공사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둔 여당은 남북 관계의 국면 전환을 강하게 기원하고 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13일 “3월 이전에 남북대화가 개최돼야 북-미 대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의 봄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설훈 의원은 아예 “올여름쯤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질 것”이라고까지 했다.

남북 대화 모색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 여당이 이토록 요란스럽게 미끼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과연 전략적일까.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의사 표명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다면 물밑에선 치열하게 물갈퀴를 움직이더라도 수면 위에선 냉정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박민우 정치부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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