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칠어지는 김여정의 입… 그럴수록 좁아지는 北의 기회

동아일보 입력 2021-01-14 00:00수정 2021-01-14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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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어제 북한 열병식 감시 활동을 한 우리 군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족속들” “세상 사람 웃길 짓만 골라 하는 특등 머저리들”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8차 당 대회를 폐막하며 “제일 걸리고 있는 것은 경제”라며 경제 발전을 촉구하면서도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월 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이번엔 언급 안 했다. 사실상 ‘병진노선’(핵·경제 동시 발전) 복귀를 내세운 것이다.

당 대회가 이렇게 막말과 악담으로 끝을 맺은 것은 8일 동안 이어진 회의에도 딱히 자기 살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의 대화가 틀어질 때마다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며 미국의 관심과 변화를 촉구해 왔다. 북-미 대화가 중단된 지난해 3월 김여정은 청와대를 향해 “겁먹은 개가 짖는다”고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는 그제 남북 간 비대면 대화를 위한 4억 원짜리 영상회의실 건설 입찰에 들어갔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4년째 먹통인 상태다.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 협상 라인은 앞서 클린턴,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손발을 맞춘 베테랑 외교관들로 구성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 때처럼 대통령의 변덕이나 돌출 행동을 통한 갑작스러운 대화 전개보다는 정통 외교 문법을 추구한다. 2009년 북한이 광명성 2호 발사, 2차 핵실험에 나섰을 때 오바마 행정부는 보상에 선을 긋고 ‘전략적 인내’로 응답했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무력 증강에 나선다면 ‘전략적 인내’, 즉 도발에 대해 더욱 강력한 제재로 답하는 숨통 조이기뿐이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넌더리를 내기 전에 먼저 대화에 나서야 한다. 상대에 대한 날 선 독설도 대화 분위기를 흐릴 뿐이다. 북한은 스스로 기회의 창을 좁히는 일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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